데스밸리 미스터리1. 레이스트랙 플라야 Racetrack Playa
모래언덕, 소금바다, 캐년, 뜨겁고 낮은 지대, 금광과 고스트 타운으로 표현되는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생각보다 푸근하고 아름다운 면이 있다. 거칠고 음산한 혹성의 지표면 같은 계곡과 구릉 너머로 평화롭고도 아늑한 어머니의 품같은 언덕과 지평선이 펼쳐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데스밸리는 이상한 지형과 독특한 현상으로 가득한 신비의 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스터리한 곳을 꼽으라면 레이스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공원 북쪽에 있는 스캇티스 캐슬에 도착하기 전에 우비히비 분화구(Ubehebe Crater) 방향으로 들어서면 레이스트랙으로 연결된다.
데스밸리에서도 가장 외진 곳인 레이스트랙은 28마일의 비포장도로를 약2시간 달려야 하므로 바닥이 높은 SUV 차량이 유용하다.
약20마일 지점의 사우스 패스(South Pass)로 갈라지는 삼거리 이정표에 방문객들이 주렁주렁 달아놓은 주전자도 이 지역의 명물이 됐다.
플라야(Playa)는 메마른 호수라는 뜻인데 파충류의 비늘 같은 사각형과 육각형의 문양으로 가득하다.
그 문양 위로 수백 파운드가 나가는 바위덩이들이 자국(Track)을 내면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떤 돌은 거의 일직선으로 3,000피트나 나아간 것도 있다고 한다.
이곳 플라야는 광활하게 넓지만 표면은 평평하고 부드럽다.
데스밸리에 폭우가 내리면 이곳의 표면 위로 약간의 물이 고이고, 물이 증발하면서 부드러운 흙이 남아 마르고 쪼그라들면서 지표면에 금이 가게 되어 이렇게 다각형의 입자들을 형성한다.
진흙 호수 위의 바위들은 주위의 바위산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인데 어떻게 해서 이처럼 자국을 내면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과학자들이 160개의 바윗돌에 이름을 하나씩 붙여 GPS 장치로 추적을 하였는데 결론적으로 이쪽 계곡을 타고 흐르는 강한 바람이 진흙으로 변한 호수 위의 바윗돌을 움직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움직이는 거리와 방향은 돌의 모양, 무게, 바닥의 상태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어린 자녀와 부인을 자동차에 태우고 지도나 GPS에 의지하여 미서부를 휘젓고 다니는 어드벤처를 꿈꾸는 아버지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장소로 데스밸리만한 곳이 없을 듯하다.
주의 사항
데스밸리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곳이다. 비상식량과 식수, 여벌의 옷을 준비해야 하며 숙박 장소와 자동차 개스를 채울 곳도 미리 정해두자. 비포장도로를 여행할 때는 타이어 훼손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므로 장비를 점검하고 가능하면 두 대 이상의 차량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좋다.
글, 사진 / 김인호 여행작가
김인호씨는 미주 트래킹, 캠핑, 테마 여행 전문가로 실전 하이킹 정보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남가주 하이킹 105선’ ‘하이킹 캘리포니아’가 있으며 유튜브 ‘김인호 여행작가 Ernie’s Outdoor Travels’ 채널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