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구조물 1만2000여개가 불타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산불이 주택가를 덮치며 집을 잃은 이재민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초토화된 마을에서 홀로 화마를 견딘 한 주택이 눈길을 끈다.
10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동시 다발 산불 중 하나인 팰리세이즈 산불이 말리부를 덮치면서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주택 다수가 불에 탔다.
무너지거나 골조만 남은 이웃 주택들 사이 3층짜리 흰색 집 한 채가 꼿꼿하게 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주택은 변호사이자 폐기물 관리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스타이너 소유의 주택이다.
스타이너는 자신의 주택이 불타지 않은 것은 콘크리트를 활용한 설계 덕분이라고 말했다. 스타이너는 “화재는 물론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강력한 구조로 지은 집”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지붕에는 방화재가 쓰였고 강한 파도에도 견디도록 암반 속 15m 깊이의 기반도 구축했다.
스타이너는 “화재 소식을 들은 지인들로부터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며 “그럴 때 ‘나를 위해 기도하진 마라. 나는 재산을 잃은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보금자리를 잃었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금자리를 잃은 분들께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말리부의 주택가 가운데 불에 타지 않은 채 서 있는 건물들이 보인다. 뉴욕포스트 보도영상 캡처
지난 7일부터 시작된 LA 일대 산불은 한때 7개로 늘었다가 현재는 3개로 줄었다. 그러나 기세는 여전하다. 허스트 산불은 89%가량 진화됐지만 팰리세이즈 산불은 11%, 이턴 산불은 27% 진화에 그쳤다.
현지 소방 당국은 6일째 불길 잡기에 분투 중이다. 피해를 키운 건조 강풍 산타 아나가 지난 주말 다소 잦아들었지만 이번 주 들어 다시 강해질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어서 당국의 긴장도 커지고 있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