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모기지·유지비 순으로 큰 부담 느껴
거주지로 은퇴 커뮤니티보다 단독주택 선호
은퇴자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AARP는 지난해 6월과 7월 18세 이상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주택과 커뮤니티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거주 관련 최신 조사였으며 2021년 이후 첫 관련 조사였다. 설문조사는 나이가 들면서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선호하는 주택 형태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시니어들은 거주 장소로 75%가 현재의 집을, 73%가 현재의 커뮤니티를 꼽았다. 압도적인 비율이었다. 그럼에도 44%는 이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희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큰 셈이다. 이사가 불가피한 이유로는 집값과 현재 커뮤니티가 시니어에게 적합하지 않은 점이 꼽혔다.
AARP의 로드니 해럴 가족.주택.커뮤니티 담당 부대표는 머지않아 18세 미만 인구보다 65세 이상 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는 이번 결과를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해럴 부대표는 “커뮤니티 가운데 많은 곳에는 시니어가 살 수 있는 주택이 부족하고 시니어가 살고 싶어 하는 곳에는 지원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해럴 부대표는 시니어들의 요구 증가에 따라 이를 충족하기 위해 주택 재고를 늘리고 커뮤니티 내 필요 시설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에서 많은 이들은 현재 거주하는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충족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커뮤니티에 만족한다는 이들은 64%로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도 50%나 됐다.
시니어들이 새로운 거주지역을 찾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였다. 50세 이상 응답자 가운데 65%는 이사 희망 지역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낮은 생활비를 꼽았다. 새로운 거주 지역에서 원하는 다른 특징으로는 ▶범죄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지역(61%) ▶고품질의 의료 시설 (56%) ▶다양하고 저렴한 주택 옵션(55%)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우선순위 목록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중요 요소로 꼽힌 것은 가족이나 친구가 근접 거리에 있고 상점과 레스토랑이 도보 거리에 있는 점이었다.
이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것은 거주 커뮤니티에서 사회적 연결 기회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자들이 근접거리에 두고 싶어 하는 사회적 연결성에서 상위 5위에 오른 것은 ▶다양한 식당과 소매점 ▶큰 비용이 들지 않는 활동 ▶편리한 공공 도서관과 커뮤니티 센터 ▶접근성이 좋은 엔터테인먼트와 사교 장소 ▶다양한 문화 활동과 이벤트였다.
주택 유지 관리 비용도 시니어들이 예상하는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였다. 이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 44%는 가장 큰 이유로 저렴한 주택을 들었다. 이들 가운데 71%는 이사를 예상할 때 렌트비나 모기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주택 유지나 관리 비용을 낮추고 싶다고 응답한 이들도 60%에 이르렀다. 또 55%는 새로운 집을 찾는 이유로 높은 재산세를 들었다. 자연재해의 피해를 우려하는 이들도 55%로 시니어들 사이에 자연재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시니어나 은퇴자용으로 설계된 커뮤니티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 않았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집을 줄여서 이사하는 다운사이징을 좋은 선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50대 이상으로 한정하면 75%가 여전히 단독주택을 선호했다. 흥미로운 점은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 아파트 등 다양한 주택 유형이 혼합된 시니어 커뮤니티에 대한 연령별 호감도였다. 앞으로 시니어 커뮤니티로 이사할 것 같다고 예상한 이들을 보면 50세 미만이 50세 이상보다 많았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필요한 케어를 단계에 맞게 제공하는 지속 케어 커뮤니티에 거주하는 문제에서도 50세 미만이 50세 이상보다 더 긍정적이었다.
50세 이상 응답자는 현재의 커뮤니티에 계속 살아야 한다면 집을 리모델링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모델링의 가장 큰 목표로 43%가 나이가 들면서 집 안팎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들 중 72%는 미끄럼 방지 타일 같은 욕실 개조와 난간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71%는 경사로와 체어리프트를 설치하고 출입구를 늘려 집을 드나들 때 편의성을 높일 것 같다고 답했다.
우선순위는 낮지만 여전히 중요하다고 언급된 것으로는 ▶집 안팎의 조명을 더 밝게 하고 ▶주방을 개조해 움직이기 편하게 바꾸고 ▶침실과 욕실, 주방, 세탁실을 1층에 두는 것이 많았다. 리모델링의 중요성과 연관해 50세 이상의 72%가 리모델링에 대비해 자신의 커뮤니티에서 믿을 수 있고 실력 있는 컨트랙터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시니어들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 50세 이상 응답자들은 집에 우선적으로 설치할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장치로 의료 비상 상황에 대비한 시스템과 함께 첨단 초인종과 감시 카메라 등 안전장치를 꼽았다. 여기에는 음성 인식 보조 장치와 스마트 가전제품 등 스마트홈 기기와 에너지 절약 제품, 스마트 냉난방 시스템과 인터넷이 포함됐다.
간병인 지원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본인이 간병인 역할을 하고 있거나 할 것으로 예상했다. 13%는 현재 간병인 역할을 하고 있었고 34%는 언젠가 간병인 역할을 하리라고 예상했다. 이 중 3명 중 1명은 집에서 간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모두 건강 관리를 위해 저렴하고 수준 높은 의료기관을 선호하는 것은 동일했다. 하지만 커뮤니티 내 의료기관의 접근성과 서비스에 대해 간병인 역할을 하는 이들은 71%가, 간병인 역할을 하지 않는 이들은 64%가 중요하다고 답해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간병과 관련해 시니어 주택 소유자 4명 중 1명은 집에 간병인이 쓸 주거시설을 짓거나 지을 수 있다고 답했다. 가족이나 친구가 머물 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다고 답한 이들은 52%였다.
안유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