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미주 한인사회 모두에서 독감이나 몸살로 고생했다는 말이 종종 들려온다. 그동안 전세계를 괴롭혀온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백신 집단 접종과 위생 향상으로 약화되어 팬데믹 비상사태도 끝난지 몇년이 지났다. 하지만 독감 뿐만 아니라 신종 감염병이 우리 주변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서서히 나타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노로바이러스, 인간 메타뉴모바이러스(HMPV)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약화된 변이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겨울철 우려되는 감염병은 조류독감이다. 최근 조지아주에서 멀지 않은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H5N1·조류독감)에 감염된 환자가 사망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북가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발열과 결막염 증세로 병원을 찾은 아동 1명이 인플루엔자 A양성반응에 이어 조류독감 양성판정을 받았다.
급성 바이러스성 질병인 조류독감은 야생 조류에게서 먼저 발생하며, 철새를 통해 대륙간 이동을 하고 가금류인 닭, 오리 등으로 확산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간이 동물을 통해 조류독감에 걸렸을 때 사망률은 52%에 달한다. 다행히 지금까지 조류독감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된 사례는 없다.
UC 데이비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수의학과 모리스 피테스키 교수(Dr. Maurice Pitesky)는 이번 조류독감 유행이 “전례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이 바이러스는 전세계 6 개 대륙에서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아직 인간 간 전염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농장 근로자와 같은 고위험군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팬데믹 종료 이후 백신 접종률은 줄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보건 통계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률이 전년 대비 1,100만 도즈나 감소했다. 이는 약 4,900만 명의 미국인이 예방접종을 거부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된 백신 관련 허위정보와 음모론이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증폭된 백신 불신은 이제 필수 예방접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텍사스 A&M 대학교의 생물학 교수 벤자민 뉴먼 박사(Dr. Benjamin Neuman)는 “백신 접종률 감소는 홍역, 백일해, 수두 등 예방 가능한 감염병의 재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면역력이 약한 노인층이나 어린이, 기저질환 환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겨울 독감 이외에도 다양한 감염병도 올해 겨울에 유행중이라고 밴더빌트 의대 윌리엄 샤프너 교수(Dr. William Schaffner)는 지적한다. 복통, 설사 증세를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철에 많이 유행해 ‘겨울 구토병’ (winter vomiting disease)으로 불린다고 지적한다. 계절성 독감인 인간 메타뉴모바이러스(HMPV)는 어린이와 시니어 등 취약계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샤프너 교수는 이들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손씻기,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기 등의 간단한 예방 조치로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필자는 지난해 연말 타주 여행을 가면서 업데이트된 코로나19백신 및 독감백신을 맞고 갔고 다행이 크게 아픈 적이 없었다. 백신 접종과 개인위생은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면역력을 높이는 집단적 방어 수단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책임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