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동남부 6개주 한인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응답자 56% “문화융합 어렵고, 정체성도 모호”
‘한국어 학습·한인단체 참여’ 응답률 가장 낮아
한인 커뮤니티의 민족정체성 확립 필요성 대두
조지아를 비롯, 앨라배마,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 동남부 6개 주의 한인 센서스 인구는 지난 5년새 11% 늘어 20만명을 돌파했다. K팝, K푸드 등 다양한 ‘K’ 문화가 확산되고, 각종 동포단체, 한국 기업 진출이 늘고 있다. 한인이 바라보는 한인사회의 자화상은 어떨까.
본지가 지난달 동남부 한인 250명을 대상으로 ‘미주한인 정체성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이상(56.4%)이 이민자로서 정체성 갈등을 어느정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7%가 한국과 미국의 두 문화를 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으며, 26.6%는 한인 정체성을 모호하게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2세대 이상 응답자에 한정하면 양국 문화 조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비율은 17%로 감소했다.
한국 문화와의 친밀성을 물었을 때는 대부분(81.8%)이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고 답했다. 문화적으로는 모국과의 거리감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인 대다수가 한식을 먹고(59.1%) 한국 명절을 쇠고(53.7%), 드라마를 시청하고 대중 가요를 듣는(53.3%) 방식으로 한국 문화와 연결돼 있다고 답했다. ‘가장 자랑스러운 K’를 묻는 질문에도 K팝(34.4%), K푸드(29%), K드라마(24.3%) 등 문화 영역이 현대, 삼성 등 K기업의 확장(9.7%)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호응을 받았다.
다만 ‘한국어를 배우고 쓴다'(32.4%), ‘한인 단체 활동에 참여한다'(18.1%)는 문항에는 응답률이 가장 낮았다. 한국어의 상실은 이민 1세대 가족 구성원과의 의사소통 단절을 부르고, 정체성 확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한국어 읽기와 쓰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연습할 공동체 교육 공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평갑 뉴욕 퀸스칼리지 명예교수(사회학)는 “언어습득과 구사에 가정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지역 커뮤니티가 얼마나 다문화에 열려있느냐, 민족정체성이 얼마나 강하느냐에 따라 한국어 구사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인단체 활동에 한번도 참여한 적 없다는 응답은 48.3%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유는 ‘어떤 행사를 여는지 몰라서'(41.2%), ‘시간이 없어서'(33.3%), ‘연관성이 없어서'(30.5%), ‘불편해서'(9.6%) 등이 꼽혔다. ‘적극 참여한다’는 32%, ‘때때로 참여한다’는 19.7%를 기록했다.
활동 참여 단체로는 주로 교회와 한국학교가 꼽혔다. 매년 한인사회의 대표적 가을축제로 열리는 코리안 페스티벌을 방문한 적 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도 민 교수는 “부모가 한인단체 활동에 적극적이라 할지라도 단체 명맥이 대물림되진 않는다”며 “한인 차세대가 방과후 또래끼리 어울릴 수 있는 단체나 공간이 따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기독교가 세대간 신앙의 전수와 더불어 한국어 사용 공동체를 강화하고, 확장된 가족으로서의 연대와 단결을 촉진하는 통로가 되고 있음도 설문조사 결과 확인됐다. 주기적으로(20.8%) 또는 때때로(30.5%) 한인 교회에 출석한다는 교인이 응답자 절반을 넘겼다. 다만 10%는 교회를 다니다 중단했다고 답해 이탈자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인 교회를 다니지 않는 배경에는 무교(51.8%), 예배 시간이 안 맞아서(19.5%), 미국 교회를 다녀서(11%), 위계적 분위기와 구식 문화가 싫어서(8.5%) 등의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김남중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교수는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 부모세대의 신앙과 삶의 불일치, 비민주적인 교회운영 등의 요인들이 2세로 하여금 이민교회 참여를 망설이게 만든다”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