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집행 경호처 ‘인간띠’에 불발…2차 땐 인원 압도·심리전 성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19일 발부되면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7일, 첫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19일 만에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2월 3일 밤 10시25분께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이어 계엄사령부를 설치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표했다.
군 지휘부 명령에 따라 계엄군이 국회로 출동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과 대치하면서 국회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군인이 창문을 깨고 국회의사당 내부에 진입하는 모습도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후 국회로 모여든 190명의 의원이 4일 새벽 1시께 계엄 해제를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오전 4시27분께 계엄 해제를 선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하고 있다
검찰은 계엄 사태 사흘만인 12월 6일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필두로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착수를 알렸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2월 8일 새벽 1시30분께 비상계엄 사태의 주동자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에 자진 출석한 뒤 긴급 체포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후 검찰 특수본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계엄 당일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군 병력을 보내는 데 관여한 군 지휘부의 신병을 차례로 확보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여기에 경찰도 계엄 당시 국회 통제 등을 지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구속하고, 계엄 선포 전부터 선관위 장악을 모의한 혐의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구속하며 수사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린 공수처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검찰은 12월 15일 윤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불응했다.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은 공수처도 세 차례 소환 통보했으나 변호인 선임계조차 내지 않으며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3차 출석요구가 불발된 지 나흘만인 12월30일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수색영장을 청구해 다음날 발부받았고, 공조본 차원에서 경찰 인력을 지원받아 1월 3일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에도 협조하지 않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영장 집행에는 공수처 인력 30명, 경찰 인력 120명 등 150명이 투입됐으나, 관저 앞 200m를 남겨둔 지점에서 육군 수방사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 대통령경호처 인력 200여명이 인간띠를 만들어 구축한 3차 저지선에 가로막혔다.
결국 5시간여 대치 끝에 공조본이 철수를 결정하면서 1차 영장 집행은 불발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찰이 관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후 공수처는 체포영장 기한 연장을 위해 영장을 재청구해 지난 7일 발부받은 뒤 2차 집행 시도를 위한 경찰과의 협의에 들어갔다.
경찰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 등 경호처 지휘부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소환하는 등 경호처 내 균열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도 이어갔다. 공수처도 협조공문을 통해 경호처에 형사처분을 경고했다.
일주일이 넘는 준비 끝에 공수처와 경찰은 영장 집행 투입 인력을 1천명 선까지 늘려 지난 15일 새벽 2차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공조본은 저지선 돌파 전략 준비에 만전을 기했으나 1차 시도 당시와 달리 경호처가 적극적인 저지에 나서지 않으면서 1·2·3차 저지선은 빠르게 뚫렸다. 차벽을 위해 주차된 경호처 버스에도 키가 꽂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윤 대통령은 공수처와 경찰이 관저 앞에서 영장을 제시한 지 약 5시간 만인 오전 10시33분께 체포돼 경호 차량을 이용해 공수처 조사실로 이송됐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공수처는 체포 당일 윤 대통령을 10시간 40분가량 조사했으나 윤 대통령은 진술 거부로 일관했고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16일 윤 대통령의 청구를 기각했고, 다음날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공수처 검사, 윤 대통령 변호인단 및 윤 대통령으로부터 의견을 들은 뒤 1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이날 오전 3시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서부지법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은 극도로 흥분해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다. 일부는 법원 담을 넘어 침입했다. 이들은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깨부수며 3시 21분께 법원 내부로 진입했다.
난입한 지지자들은 소화기 등을 던지며 법원 유리창과 집기 등을 부쉈다.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는 모습도 보였다.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법원 담장을 넘어 무단 침입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에 붙잡혀 있다.
이들은 경찰을 향해서도 플라스틱 의자, 담배 재떨이 등을 던졌다. 경찰 방패를 빼앗아 경찰관을 폭행하는 지지자도 있었다.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며 지지자들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현판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