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사건은 한인 등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증오범죄(hate crime)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총격사건 4주년이 되는 지금도, 증오범죄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지금 여러분 앞에 누군가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에 전화해야 하나? 경찰에? 아니면 한인회에? 시민단체에? 아니면 목소리를 높이며 맞서싸워야 하나?
그러나 절대 다수의 한인들은 ‘그냥 참고 그 자리를 피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 실제로 연방법무부의 통계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통계에 따르면, 인종·민족·혈통과 관련해 차별하는 혐오범죄가 2021년 49건에서 2022년 1,367건으로 폭증했다. 그러나 전체 혐오범죄 피해자의 54%는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소수민족들이 혐오범죄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미국 정부에 대한 불신, 언어장벽, 체류신분 문제에 대한 두려움 등이 얽혀있다. 예를 들어 엘도라도 카운티(El Dorado County)에 거주하는 미워크(Miwok)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국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조차 꺼린다”고 이 부족의 킴 스톨(Kim Stoll) 국장은 지적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을 도왔던 몽족(Hmong)은 전쟁후 미국으로 탈출해, 현재 미국내 인구가 36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몽족은 베트남전 이후 지속된 미국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침묵하고 있다”고 몽족 발전기구(HIP)의 가오누 방(Gaonou Vang) 국장은 지적한다. 이는 LA폭동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경찰을 불신하고 신고를 꺼리는 한인들의 현실과도 비슷하다.
도심지역은 덜하지만, 특정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고 연락 수단이 적은 시골지역일수록 혐오범죄는 많이 발생하지만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라티노 등 이민자들은 농업 노동자 등 단순노동에 종사하면서 이러한 차별에 더욱 많이 노출되지만, 체류신분과 일자리 등 불리한 조건 때문에 신고하기 쉽지 않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혐오가 같은 문화권 내에서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 임페리얼 밸리(Imperial Valley)에서는 기존 라티노 정착민들이 신규 라티노 이민자들을 차별하는 사례가 접수됐다. 한인 사회에서도 목격되는 현상으로, 같은 나라 출신이라도 정착 시기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차별이 발생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는 혐오범죄 신고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2023년부터 ‘CA vs Hate’라는 신고·지원 핫라인을 개설했다. 핫라인 연락처는 전화번호: 833-8-NOW-HATE (833-866-4283), 또는 인터넷 CaliforniavsHate.org 이다.
이 핫라인은 한국어 등 200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체류신분에 대한 피해자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익명 신고를 허용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려 노력한다. 또한 핫라인은 단순한 신고 접수를 넘어 법률 지원, 상담, 재정 지원, 지역사회 연계 등 통합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캘리포니아주 민권부(CA Civil Rights Department)의 케빈 키쉬(Kevin Kish) 국장은 설명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한 대다수 주는 아직도 증오범죄 신고 핫라인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조치도 쉽지 않다. 결국은 증오범죄로부터 우리를 지킬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 수밖에 없다.
우리 한인사회도 이제 혐오범죄 대응 시스템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신고 장벽을 낮추고,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침묵의 벽’을 허물고 한인 등 이민자들 모두가 안전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총격사건 4주년을 맞이하는 새해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