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노인 남자들 9명이 원탁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여자분이 사기로 된 커피잔에 따끈한 커피를 자기 남편 앞에 놓고 간다. 다른 남자들은 각자 교회의 다목적 실에 마련된 커피포트에서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가져다 마신다.
같은 부인이 이번엔 집에서 가져온 젓가락과 스푼을 남편 테이블에 놓고 간다. 모두들 점심 식사를 할 때 플라스틱 스푼과 나무 젓갈을 쓰는데, 그 분만 제대로 된 수저를 쓴다. “플라스틱 컵이나 스푼을 안 쓰세요?” 내가 남자분에게 물었다. “예. 되도록 안 쓰려고 해요.” “부인이 컵과 수저를 늘 가지고 다니시나요?” “예.” “왜요?” “플라스틱 공해를 우리 한 집이라도 덜하려고요.” “식품점 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전부 플라스틱 봉지에 싸 주는데, 그걸 어떻게 해요?” “아내가 큰 쇼핑 가방을 가지고 다녀 요.” 그 부부가 어떤 섬에 휴양 갔을 때 시설도 경관도 좋은 바닷가에 플라스틱 오물들이 많았다고 한다. 부인이 전직 교사여서 환경 문제에 민감하고, 자신과 가족 만이라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점심을 다 먹어 갈 무렵, 여자분이 의자에 앉은 남편 옆에 다가오더니 팔로 남편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고 귀에다 속삭인다. 부인이 남편 저고리 가슴부분에 묻은 음식물 자국을 다정하게 손가락으로 긁어 지운다. 남편은 약속이 있어 일찍 간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와 같이 다정 하게 걸어 나간다. 어떻게 저분들은 80 넘어 늙게까지 신혼부부 같이 다정 다감 할까.
피클 볼 모임에 참가했다가, 쉬는 시간에 그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그들은 재혼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신혼이든 재혼이든 결혼 초엔 다 죽고 못사는 것 아닌가! 운동 끝나고 음식점에 가서 다정한 남편분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으니 그들은 배우자와 사별후에 웹사이트에서 만나 재혼했고, 재혼한지 벌써 13년이 지났다고 했다. 결혼 한지 13년이 지난 후라면 싸우고 지지고 볶을 시간인데, 아직도 신혼 부부 같다니! 그들이 아직까지 다정다감한 비결은 뭘 까.
결혼해서 뜨거운 사랑의 유효기간은 2~3년이고, 권태기가 오고 싸우고 헤어질까 하다가도 애들 낳고 돌보며 일생을 사는 게 정상적인 부부라고 한다. 결혼 전 삶에서 비롯된 식습관, 잠 버릇, 꿈, 가치관, 취향, 성격, 의식의 수준이 완전히 다른 두사람이 결혼해서 같이 살며 재 조정과정에서 부부싸움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어떻게 이 부부는 늙어서 재혼하고 자녀 출생도 없이 13년 지냈는데도 신혼처럼 다정한 부부관계를 계속 하는가? 그 비결을 배울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 할 것 아닌가.
소크라테스 부인이 어느 날 바쁜 일손 멈추고 남편을 보니, 남편은 또 낯 선 사람들과 지껄이고 있어서 들고 있던 물바가지를 남편의 머리에 부었다. 천둥도 없었는데 웬 소낙비야! 소크라테스는 태평스럽게 말하고 계속 사람들과 철학을 이야기했다는 일화가 있다. 현명한 철학자도 아내의 잔소리에 물바가지 퍼붓는 버릇을 고칠 수 없어 그렇게 살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주변을 살펴보면, 상대가 부족한 것만 찾아 불평으로 싸우며 사는 부부도 있고, 상대의 잘하는 것만 골라 칭찬하고 고마워하며 사는 부부가 있다.
재혼 한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두 분이 다정 다감 한 그분들의 비결을 직접 그분들께 물어보았다. 피클 볼을 같이 치며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내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들이 어울리는 세 쌍의 부부들은 운동도 같이 하고 교회에서도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서로 잘 어울린다. 부인의 신앙심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순종하고 자신의 욕심을 자제하는 것은 신앙심에 오는 것 같다고 한다. 나이차이가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빠 같은 남편, 어린 동생 같은 부인, 그래서 서로 소중하기에 양보하고 존중한다고 한다.
플라스틱 공해를 같은 시선으로 보고 노력하듯이 부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운동을 하며 금실 좋은 다른 부부들과 어울리고, 서로에게서 고마움을 찾아 감사하며, 상대가 필요한 것 중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작은 것들을 꾸준히 하는 버릇이 그들 부부의 다정한 비결이 아닐까. 첫번째 배우자와 사별한 후 고독과 외로움을 통해 배우자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경험했기에, 상대를 소중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이유 중에 일부가 아닐까.
두 분이 알콩달콩 노년이 끝까지 행복하시길 바라며, 이분들의 비결이 다른 부부들의 노년을 좀더 다정하게 보내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좋겠다. 여러 이유로 돌싱으로 돌아온 많은 분들에게 이 부부가 롤모델이 되어 늙어서도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