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저가 칩으로 오픈AI 위협 추론모델 등 개발해 충격파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인공지능(AI)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미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젊은 기술 인재들을 모아 AI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작은 기업이 미국 거대 기업들의 아성을 뛰어넘는 놀라운 창의성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정보기술매체 테크놀로지 리뷰 등에 따르면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됐다.
딥시크 설립자는 1985년생 량원펑이라는 인물로, 중국 광둥성 출신인 그는 공학 분야에서 특히 손꼽히는 명문대인 저장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후인 2015년 대학 친구 2명과 함께 ‘하이-플라이어'(High-Flyer)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하고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 기법을 선구적으로 적용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펀드의 자산은 80억 달러 수준으로 불어났고, 량원펑은 소규모 AI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다 독립적인 회사로 분리해 딥시크를 창업했다.
량원펑은 스스로 펀드 트레이더보다는 엔지니어로 인식되는 것을 선호한다고 WSJ은 그와 가까운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CNN 방송은 그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에 빗대 “AI 기술 전도사로 중국의 샘 올트먼이 됐다”고 표현했다.
경제매체 포브스는 딥시크 연구팀에 중국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젊은 인재들이 모여 있으며, 특히 전통적인 업무 경험보다 기술적인 능력을 우선하는 채용을 통해 “AI 개발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가진 고도로 숙련된 팀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량원펑의 펀드 하이-플라이어는 2019년부터 AI 개발을 위한 칩을 비축하기 시작해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만개를 확보해 AI 칩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이후 2023년 11월 딥시크는 첫 번째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 코더’를 공개했고, 지난해(2024년) 5월에는 한층 더 진전된 ‘딥시크-V2’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강력한 성능과 저렴한 비용으로 크게 주목받으며 중국 내 AI 모델 시장에 가격 전쟁을 촉발했다.
이어 차례로 내놓은 딥시크-V3과 딥시크-R1은 이 회사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딥시크는 V3와 R1이 모두 미국의 주요 AI 모델보다 성능이 더 낫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미국 수학경시대회인 AIME 2024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R1은 79.8%를 얻어 오픈AI ‘o1’의 79.2%보다 앞섰다고 딥시크는 밝혔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이 두 모델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연구원들이 챗봇 성능을 평가하는 플랫폼인 ‘챗봇 아레나’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더욱이 이 회사는 그동안 미국 주요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에 들인 비용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자사의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회사 측은 딥시크-V3 개발에 들인 비용이 557만6천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메타가 최신 AI 모델인 라마(Llama) 3 모델을 엔비디아의 고가 칩 ‘H100’으로 훈련한 비용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다만 딥시크가 밝힌 금액은 엔비디아의 저렴한 칩인 ‘H800 GPU’를 시간당 2달러에 2개월 동안 빌린 비용을 계산한 것으로, 인건비와 운영비 등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어서 전체 비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해도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훨씬 저렴한 자원으로 뛰어난 성능의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AI 개발 가도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최신 추론 모델 R1의 경우 기존 모델의 미세 조정(fine-tuning) 단계를 건너뛰고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에 초점을 맞춘 창의적인 설계 등으로 주목받았다.
오픈AI의 전 임원이었던 잭 카스는 딥시크의 이런 사례가 “자원 제약이 종종 창의성을 촉진한다는 큰 교훈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딥시크의 V3 모델 사용자들은 이 챗봇이 중국 정부나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민감한 정치적 질문에는 답변을 피하는 등 정부의 검열을 받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딥시크 설립자 량원펑이 지난 20일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났으며,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량원펑은 중국 기업이 미국을 따라잡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의 첨단 칩 수출 제한이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WSJ 소식통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