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권운동 본산 애틀랜타 기업들 고민
코카콜라·델타·홈디포 등 신중 대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양성, 평등성, 포용성’(DEI) 행정명령을 폐기했다. 정부 압박에 기업들이 속속 사내 다양성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코카콜라, 델타항공, UPS, 홈디포 등 애틀랜타의 대표적 기업들은 아직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연방정부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2021년 발표한 DEI 행정명령과 린든 존슨 전 행정부의 1965년 차별금지 행정명령을 지난 22일 모두 취소했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정부기관뿐 아니라 상장 회사, 비영리단체, 대학, 재단이 시행 중인 DEI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관련 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월마트, 메타 등 일부 기업들은 보수 단체와 주주들로부터 다양성 프로그램 중단 요구를 받고 DEI 프로그램 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DEI 정책이 역차별 빌미가 돼 법적 소송을 유발할 수 있다는 명분이다.
실제 애틀랜타 기반 벤처캐피탈 ‘피어리스 펀드’는 지난해 보수단체 미국평등권연합(AAER)으로부터 흑인여성 소유의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것은 평등권 위반이라는 취지의 소송을 당해 합의금을 지불했다. AAER은 2023년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소송을 주도한 단체로 유색 인종, 성소수자,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장학금 제도도 문제삼았다.
각종 소수인종 대상 기숙사, 학비 지원 프로그램 역시 보수진영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코카콜라, 델타 항공, UPS, 홈디포 등 조지아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DEI 정책 폐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들 기업들은 흑인 민권운동의 본산인 애틀랜타에 기반을 둔 회사로서 DEI 프로그램을 적극 장려해왔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연방 법무부가 민간 기업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DEI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하진 않더라도 DEI라는 단어를 삭제하려는 기업도 많다.
오바마·바이든 대통령을 거치며 경영계 전반에 DEI 바람이 분 터라 삼성, SK, 현대차 등 미국 진출 한국 기업들도 모두 사내 DEI 부서를 두고 있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아태계 비영리단체 ‘스톱AAPI헤이트’는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나를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아시안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창구가 사내 DEI 담당자”라며 “연방정부의 DEI 프로그램 금지는 AAPI 노동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가 시카고대여론연구센터(NORC)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태계 노동자의 49%가 위법성이 있는 차별 또는 불공정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
대표적 전국 단위 한인 권익단체인 미주한인위원회(CKA) 역시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21년부터 구조적 인종차별과 편견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DEI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왔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