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미국 보스턴 인근 피보디에식스(Peabody Essex) 박물관(이하 피보디박물관)의 한국실, ‘유길준 갤러리’의 재개장을 앞두고 원만한 전시실 운영을 돕기 위해 보스턴 일대 한인들이 후원금 모금 활동에 나섰다.
29일 뉴잉글랜드 한인회에 따르면 피보디박물관은 오는 5월 15일로 예정된 유길준 갤러리 재개장을 기념해 전날 한국 예술과 문화를 조명하는 온라인 패널 토론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김재휘 주보스턴 총영사와 박물관이 소재한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의 도미니크 판갈로 시장, 린다 하티건 피보디박물관장 등이 참석, 유길준 갤러리 재개장의 의미를 공유했다.
2003년 피보디박물관에서 처음 문을 열었던 유길준 갤러리가 새 단장 후 다시 문을 여는 것은 2007년 이후 약 18년 만이다.
유길준(1856∼1914)은 미국 유학 경험을 토대로 저술한 서양 기행문 ‘서유견문'(西遊見聞)으로 잘 알려진 개화사상가다.
1883년 최초 서양 사절단인 보빙사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그는 한국 최초의 서구 유학생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피보디박물관 소장 중인 유길준 사진. 피보디박물관 제공
유길준은 피보디박물관 전신인 피보디과학관의 에드워드 실베스터 모스(1838∼1925) 박사의 도움을 받아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 머무르며 1년여간 학업을 이어갔고, 모스 박사는 이를 인연으로 삼아 한국 유물 수집에 나섰다.
관장을 지낸 모스 박사가 수집한 각종 민속품, 독일 출신 외교관 묄렌도르프(1847∼1901)를 통해 산 유물, 유길준의 물품 등을 모두 합치면 한국 관련 유물만 1천800여 점에 달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보스턴 박물관 등 미 동부 주요 박물관들도 한국실을 두고 있지만, 유길준과의 인연을 토대로 한국 예술품을 최초로 수집한 박물관은 피보디가 처음이라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하티건 관장은 보유 유물들에 대해 “대부분 매우 희귀하고 독창적인 작품들로,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서로 소통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가치 있게 여기며 꿈꿨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길준 한국관은 피보디박물관과 한국 사이의 인연을 기리는 상설관으로 미국 내 한국관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19세기와 20세기 초 한국 예술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지난해 박물관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김지연 씨를 한국 담당 큐레이터로 채용하면서 전시실 재단장 작업에도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다만, 현재 확보된 예산이 전시실 재개장 및 운영에 충분치 않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보스턴 일대 한인들을 중심으로 후원금 모금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뉴잉글랜드 한인회는 전했다.
박물관 전시는 대개 소수 독지가의 후원으로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유길준 갤러리가 한인 사회에서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고려할 때 비록 소액일지라도 더 많은 후원자를 끌어모으는 게 미국 내 한인 사회의 자부심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뉴잉글랜드 한인회의 전성현 이사는 “이 역사적인 순간에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참여하고 함께 긍지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갤러리 개장 및 후원금 모금 소식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