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테러 용의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자행된 곳으로 악명 높았던 쿠바 관타나모에 미 본토에서 체포한 불법 체류 외국인을 수용하는 방안을 29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불법체류자 구금 관련 법안 서명 행사에서 “나는 오늘 국방부와 국토안보부에 (쿠바) 관타나모 베이에 3만 명 규모의 이민자 시설을 준비하는 것을 시작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관타나모에는 미국 국민을 위협하는 최악의 범죄자인 불법 외국인을 구금할 수 있는 3만 개의 침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들(불법체류자)이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관타나모로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관타나모 시설 활용 방안)는 우리의 (불법이민자) 수용 시설을 배증시킬 것”이라며 “이곳은 빠져나오기 힘든 곳”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쿠바와의 조약을 통해 영구임대한 관타나모만의 미 해군기지에는 테러용의자 구금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미국이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 공격을 당한 이후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국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곳에 테러 용의자 등을 구금하고 조사하기 위해 2002년 설치한 시설로 한때 780명 이상이 수감돼 있었다.
이곳에서 미군은 기소 절차도 진행하지 않은 채 용의자들을 장기간 구금하고, 물고문 등 인권 침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와 자국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아직도 관타나모의 테러 용의자 수용 시설에는 15명의 수감자가 남아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만 관타나모 해군 기지에는 테러 용의자 구금 시설과는 별개로 해상에서 미국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붙잡힌 아이티, 쿠바 출신자 등을 수용했던 시설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관타나모 기지의 기존 수용 시설을 활용해 추방 대상인 불법체류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기에 앞서 일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타나모의 불법 체류자 수용 시설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운영할 것이며, 현지의 기존 시설을 확장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문제 담당 참모가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쿠바 측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잔인한 행동”이라며 비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연방 의회를 통과한 불법 이민자 구금 관련 법안인 ‘레이큰 라일리 법’에 서명했다. 그가 지난 20일 취임해 집권 2기를 시작한 이후 처음 서명한 법안이었다.
미국에 불법 입국한 베네수엘라인에 의해 작년 2월 조깅 도중 살해된 미국인 여성의 이름을 딴 이 법은 미국에 불법 입국해 미국 안에서 강도, 절도 등 혐의로 기소 또는 체포됐던 사람을 국토안보부가 구금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이민 관련 연방 정부 결정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보면 연방 정부에 가처분 소송을 낼 수 있는 권한을 각 주(州)에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작년 대선 때 불법이민자 다수 입국과 그들의 범죄 문제를 집요하게 부각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기념비적인 법”이라며 “이는 수많은 무고한 미국인의 생명을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