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며 다정하게 사는 부부’라는 중앙일보에 실린 내 글을 등산 팀 카톡 방에 올렸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재혼한 부부가 다정다감하게 오래 살아가는 모습을 쓴 글이다. 첫 결혼식 서약대로 배우자들과 평생 사랑하며 살아온 분들이 그 글을 읽고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며 배우자들에 대한 감사를 발견하고 그들의 생각을 카톡 방에 달았다. 배우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재발견하는 진솔한 댓글들이어서 여기에 옮겨본다.
닥터 K: 글 잘 읽었습니다. 읽고나서 가만히 생각하고 나의 모습과 비교해 보게 되었는데, 그분들과 공통 점과 다른 점이 있는 것입니다. 공통점은 은퇴한 80대 노인, 크리스찬, 부부가 피클볼을 한다. 인류 공해와 재활용 문제에 관심이 많고 욕심을 자제한다, 이정도이고.
다른 점은 그분들은 재혼이고 우린 조강지처 52년에 나이 차이도 많지 않다. 아내의 다정다감은 신혼 부부 때와 같지 않고 티격태격도 옛날 같지 않아 내가 져야 할 경우도 있다. 피클볼이 다정다감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신앙심이 다정다감에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차이가 도움이 되는지는 경험이 없으니 모를 수 밖에.
결론은 신혼 부부처럼 다정한 노인부부 모습이 바람직하나 50년 이상 티격태격하면서도 알콩달콩 이날까지 건강하게 욕심 많이 내지 않고 궁핍하지 않게 오늘까지 살아온 것처럼 만족하며 남은 날을 살아가기 원하는 것입니다.
나: 닥터K, 댓글에 완전 동감입니다. 우린 모두 결혼식에서 서약했지요. 평생 같이 살며 사랑하며 순종하겠다고. 40~60년 지나온 세월 뒤돌아보면 감사하지요. 생판 다른 세상, 서툴고 시시 때때로 변하는 세상 속에서 같이 옆에서 보살 펴 준 배우자,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런데 실생활에서 그런 깊은 고마움은 숨어 버리고, 어렵던 이민 초기 외로움도, 애들 키울 때 문제 있을 때, 취업 문제 생겼을 때, 병들었을 때, 그 모든 어려움을 같이 해온 배우자, 이제 이만큼 살게 되어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감사해야 하고 앞으로도 늙고 병들면 배우자가 옆에서 도울 텐데, 매일 일상에선 그런 고마움은 숨어 버리고, 때론 불평과 다툼으로 상대를 대하는 나 자신과 이웃을 봅니다. 닥터 K와 등산 회원 모두가 모범 부부입니다.
거의 모두 가정을 지키고 노년의 행복을 누리시는 것, 훌륭한 아내와 남편 본보기들만 모인 것 같아요. 일상의 생활과 대화속에 다정다감한 양념을 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요. 하기야 있는 그대로도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이지요.
R선생님: 몽둥이보다 무서운 것이 말입니다. 두분 글 읽으면서, 가까운 부부사이일 망정 항상 나누는 말에 신경 쓰고 살면 기계에 기름처럼 늘 부부사이가 좋을 듯합니다. 나부터 내 처에게 공손히 대하겠습니다.
닥터 K: 얼마전 아내의 오래된 사진첩을 찾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당연히 아내의 젊은 날 사진 들이었지요. 그러면서 뜻밖에 혼자 느낀 것은 ‘우와 내가 이렇게 예쁘고 멋있는 여인과 몇 십년을 함께 살았구나’ 하는 깨우침이었습니다. 그동안 왜 속상하고 쓰리고 아픈 시간이 없었겠냐만 사진을 보면서 아련한 기억이 생생히 살아나면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하여 가슴이 찡하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경험일 까요? 아닐 겁니다. 여러분 이제부터 가끔 시진첩을 열어 보시고 젊은 날의 아내와 서방님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아름다운 추억의 여행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S선생님: 옳소! 당연한 말씀입니다. 나의 사진 첩이 어디 있더라? 찾아봐야지.
S선생님 사모님: 와, 와! 드디어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짝에 대해 감사하며 솔직한 마음을 수줍음 없이 나누는 아름다운 시간이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세월도 서로 더욱더 소중하게 여기며 존중하며 감사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J선생님: 52년을 다툼 없이 사는 방법은 제 생각으론 그냥 OK, Yes하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 아웅다웅 하면 수명 단축합니다. 그냥 아내가 말하면 긍정적인 대답만 하면 만사 형통입니다.
R선생님: 예! 지금 이대로, 하던 대로, 거기다 조금 양보하며, 회개하며, 용서를 구하면 되겠지요? 기도합니다.
닥터K 사모님: 옳소! 우리 남편님들, 최고 We love you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