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블리 대만학교, 10세 넘으면 영어로 문화교육 집중
“이민사회는 중요한 외교채널… 재외동포 역할 중요”
학교 등록 전 성실의무 서약…진지한 자세부터 가져야”
중학생만 돼도 ‘한국학교’는 가정 내 갈등의 씨앗이 된다. 학업과 교외활동에 치이는 자녀는 주말 수업 참여가 부담스럽고 미국에서 한국어 교육이 아쉬운 부모는 이중언어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맞선다. 한국학교 운영 측면에서도 교사 인력과 재정 확보가 어렵고 관습적 교육방식이 쉽사리 변하지 않는 문제가 지적된다.
지난 4일 방문한 조지아주 챔블리 시의 대만학교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이민 1세대 현지교사는 고령화되는데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 교육에 차세대를 적극 참여시킬 방법은 요원하다. 더구나 미중갈등으로 입국 비자가 제한되면서 교육 이민 행렬마저 줄고 있다. “2~3세는 자신을 미국인과 더 비슷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대만 커뮤니티를 위해 헌신하지 않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 강해 이민사회에 투자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하지만 그들은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뒤늦게 같은 민족, 문화의 강력한 네트워크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같은 고민이지만 해결책은 다르다. 먼저 초중고교생이 모여있는 한국학교와 달리 중국어 학습센터(10세 미만)와 문화교육센터(10세 이상)가 나눠져있다. 낸시 타이 교장은 “10살만 돼도 다른 공부에 밀려 중국어는 뒷전이 된다. 이때부터 우리는 차세대 미주 대사를 길러내겠다는 목표를 두고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문화 교육에 집중한다”고 전했다.
조지아주 챔블리 시의 대만학교
이민자 정체성과 뿌리찾기 교육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타이 교장은 “(조)부모 인터뷰를 먼저 시킨다”며 “어디에서 자랐는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 세세한 질문지의 답을 찾아오게 한다”고 전했다. 그들이 부모에 대해 많이 알게될수록 대만에 대해서도 더 알게된다는 것이다. 또 대만의 각 지역별 특산품, 관광명소 등 월별 교육 주제를 정해 가르친다.
매년 전통 사자춤과 용춤을 가르치지만, 최근 K-팝 열풍이 커지자 아이돌 댄스 강좌도 열었다. 호신술을 익히는 자기방어훈련도 실시한다. 타이 교장은 “모든 것은 청소년의 관심사에 따라 설계된다”며 “문화센터가 인기를 끄는 비결”이라고 전했다.
수요에 따라 전문강사를 초빙하는 탄력적 교육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배경엔 정부 지원이 있다. 한국의 재외동포청에 해당하는 대만 정부 산하 교무위원회(OCAC)와 경제문화원(TECO)이 협력해 센터를 지원한다. 로이 S. 옌 경제문화원 이사는 타이 교장과 함께 애틀랜타 학교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파견 주재관이다. 그는 “2011년 미주 대만인을 대상으로 시작된 문화교육센터 사업은 현재 호주, 홍콩 등 전세계 20곳 이상 지부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 센터 문을 연 애틀랜타엔 1명의 주재관만 파견돼 있지만, 커뮤니티 규모가 큰 뉴욕, LA 등엔 각 3명의 주재관을 두고 있다. 옌 이사는 “중화민국(대만) 건국자인 쑨원은 이민자”라며 “중국의 대만 압박 강도가 커질수록 해외 대만인은 비공식 국제 교류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외교 채널로 여겨지기 때문에 정부가 인식하는 재외동포 사역의 중요성은 크다”고 말했다.
학교 등록 전 성실의무 서약서와 1분간의 자기소개 영상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점도 눈에 띈다. 타이 교장은 “부모가 사전에 자녀와 깊은 대화 없이 학교를 대신 등록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며 “레크레이션용 여름캠프로 알고 온 학생들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일 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복종과 예의, 헌신의 가치를 배우려는 학생은 먼저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교육 지론이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