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50% 지분 美 요구에 “매국 행위” 일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비위’를 맞추려 노력했지만 우크라이나가 빠진 미·러 종전 협상이 시작되자 자세를 180도 틀었다.
무엇보다 트럼 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 문제까지 거론하자 젤렌스키 대통령도 정면 대응의 포문을 열었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에 나와 “불행히도 미국 국민의 지도자이자 우리가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허위 정보의 공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선 선거(대선)가 치러지지 않았다.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며 나라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언급한 데 대한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 이후 발령한 계엄령에 따라 작년 3월 예정됐던 대통령 선거를 무기한 미룬 사실을 지적하면서 젤렌스키 정부의 민주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 측 주장과 거의 일치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지율 4%’ 발언에 대해 “그 수치는 러시아에서 나온 것으로 러시아가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3년간 이어진 러시아의 고립을 끝내는 데 도움을 준 것이라 믿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안전 보장이라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희토류 자원 지분 50%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우리나라를 팔 수는 없다”며 일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670억 달러와 예산지원 315억 달러를 제공했는데 5천억 달러에 달하는 광물을 달라고 요구하는 건 진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향후 종전 협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국민 대다수는 러시아에 대한 양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독재자 젤렌스키,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 잃을 것”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 등으로 칭하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그는 선거를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여론조사에서 매우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바이든을 갖고 노는 것뿐”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젤렌스키는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 미국이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서 손을 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근거도 제시 않고 ‘4% 지지율의 대통령’ 등이라고 비난한 바 있는데 이날은 그를 ‘독재자'(Dictator)라고까지 지칭하며 더욱 깎아내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맹비난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자국 TV 방송에 출연, “트럼프는 허위의 공간에 살고 있다”고 작심 반격한 데 이어 종전 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희토류 지분 50% 요구에 대해 “우리나라를 팔 수는 없다”고 일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을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고 표현하며 “미국을 설득해 3천500억 달러를 지출하게 만들었다”라고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