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다. 그러나 이 기둥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 우리는 그 진동이 얼마나 멀리까지 퍼져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 규제 강화 움직임은, 21세기 민주주의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북가주의 KCBS 라디오 방송국이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KCBS는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현황을 보도했는데, 이에 대해 FCC가 이 방송국이 단속을 방해했다며 방송국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민 단속에 대해 보도하는 한인언론도 만약의 경우 국가 차원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인 언론으로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거대한 권력을 지난 대통령과 정부기관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중소규모 언론사에게는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 조엘 사이먼(Joel Simon) 뉴욕 시립대 저널리즘 스쿨 소장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랜든 카 국장이 KCBS 에 대한 조사를 발표했으며, NPR 과 PBS 의 광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로이(David Loy) 수정헌법 1조 연합(First Amendment Coalition) 법률국장은 “불체자 단속은 공공대중의 관심사이며,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가 언론의 편집 기준을 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차원의 언론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 AP 통신은 또 백악관이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속 기자가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에도 ABC 뉴스, 아이오와주 디모인레지스터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바 있다.
현대 사회에서 언론 규제는 과거와 같은 직접적인 검열이나 물리적 탄압의 형태를 띠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측 못한 방법으로 언론을 규제할수 있다고 본다. 사이먼 소장은 “언론사의 세금문제, 사기 혐의, 직장 내 관행에 대해 조사를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언론에 대한 본격적 위협의 신호탄이며, 향후 다른 정부 기관까지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정부의 검열을 두려워해 스스로 보도를 자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강조한다. 언론의 자유는 한 번 약화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이럴 때 일수록 언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언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먼저 철저한 취재와 검증, 디지털 보안 강화, 법적 대응 체계 구축 등이 그것이다. 특히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민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지역 언론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방 정보공개법(FOIA) 활용을 극대화하여 합법적으로 정부 기관 자료를 받고,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수정헌법제 1 조연합’, ‘언론자유를 위한 기자연합(Reporters Committee for Freedom of the Press)’ 등 다양한 단체에서 운영하는 법률 핫라인을 활용해 법적 지원과 정보를 받으라고 로이 소장은 권했다.
진실을 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언론인들은 정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독립적인 보도를 이어가야 한다. 동시에 시민사회는 이들이 언론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연대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특정 집단의 특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