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한인 교회들이 시니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모니카 색소폰 등 각종 악기, 라인 댄싱, 건강체조, 탁구, 피클볼을 비롯한 여러 운동, 노래 교실, 인문학, 역사, 영어, 수학 등의 강좌를 마련하여 교인이든 교인이 아니든 상관없이 이지역에 사는 시니어들에게 배우고 어울릴 기회를 마련한다. 우리 부부도 여러 교회의 시니어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운동도 하고 핸드폰, 노래 교실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친구도 사귀고 사람들과 계속 만나 외롭지 않게 고향을 만들어 갈 수 있어 감사하다.
시니어를 위한 행복대학에서 내가 참석한 원탁 테이블에 앉은 7명의 남자들이 점심 식사후에 쓰레기통 처리 당번이었다. 200명쯤 점심 먹고 버린 스티로폼 식기들과 남은 음식들로 가득 찬 6개의 큰 드럼통 크기의 쓰레기 통을 밀어서 부엌을 통해 건물밖으로 끌고 나가 거기에 있는 대형 철제 컨테이너에 쓰레기 통 속 비닐 봉지를 묶어 던져 넣는 일이 우리가 할 일이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한 분과 둘이서 쓰레기 통을 밀고 부엌을 지날 때, 앞치마를 걸친 부엌 담당 여자분이 우리에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음식 먹고 남은 국물을 국물 분리 수거통에 넣지 않고 다 쓰레기 통에 버려서 어떤 쓰레기 봉지는 무거워 둘이 들기도 힘들다고 조심하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쓰레기 통은 국물들이 많아 무거워서 두 노인이 겨우 들어 큰 철근 통에 떨어트렸다. 그 철근 통 안에 봉지에 든 국물이 쏟아져 나오면, 냄새도 날 것이고, 벌레들이 우글거릴 것이고, 병균의 원산지도 될 거 아닌가!
다른 쓰레기통을 가지려 가는 도중에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른 여자분을 다시 만났을 때 “따라와 보세요”라고 안내했다. 그분 따라 간 곳은 드럼 통 모양의 쓰레기 통 옆에 있는 국물 분리 통이었다. 큰 플라스틱 조루 모양의 틀이 버켙 물통위에 놓여 있는 국물 분리 통이었다.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국그릇을 조루에 쏟으니, 국물은 내려가고 건더기는 남는다. “이걸 내가 만들어 놓았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모르고 옛날 버릇대로 남은 국물을 다 쓰레기 통에 버려요.” 살펴보니 그런 국물 수거 통이 3개가 있다. “와, 어떻게 이런 걸 찾았어요?” “여기 저기 찾아서 조립했지요.” “우리 모두를 위해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혼자 생각하고 돈 들여 사다가 조립하고, 교회에 가져다 놓고, 사람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전에 하던 대로 남은 음식을 전부 쓰레기 통속에 던져요. 저 자신이, 오늘 음식물 찌꺼기 버릴 때 전에 하던 대로 국물까지 다 쓰레기 통에 버렸어요. 밑에 있는 국물 분리함을 못 봤어요!”
솔직히 부끄러웠다. 그 여자분은 플라스틱 공해를 자신 만이라도 줄이려고, 그로서리 쇼핑을 갈 때도 쇼핑백을 가지고 다니는 분이다. 내 옆에 서있는 앞치마를 입은 분이 천사같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천사의 어깨를 살짝 안았다. “고마워요.” 그분은 뭐가 고마 우냐는 듯 당황해서 나를 바라보았다.
문득, 쓰레기 분리수거를 가장 잘 하는 나라가 대한 민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인은 한국에서 전직 교사를 한 분이기에, 미국에 와서도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에 철저하고 국물이 든 음식 찌거기가 우리 위생에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그 마음이 천사같이 느껴졌다.
한 주 전, 같은 장소에서 점심 시간에 내가 속한 남자노인들이 토론했다. 스티로폼 접시, 스티로폼 국그릇, 스티로폼 커피 컵을 사기 용기로 바꾸고 수저와 젓가락도 제대로 된 것으로 바꾸는 게 어떠냐 고 의견을 나눴다. 참가 인원이 백명 이내라면 음식 용기를 손으로 닦거나 디시워셔를 쓸 수 있지만, 교인이 2000명이 넘고 식사 때 몇 백명이 넘으면 접시 닦는 일이 너무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큰 병원이나 기관에서 쓰는 컨베이어 벨트형식의 접시 닦기 기구를 설치하려면 거기에 따른 문제도 많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사는 콘도에서 쓰레기 수거하는 날, 재활용품 분리 박스를 이용하는 집은 한국 사람들이고, 백인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아예 재활용품 통을 쓰지 않고 모두 일반 쓰레기 통에 버린다. 나는 재활용품 중에 플라스틱은 별도로 분리하여 재활용품 박스에 넣어 내 놓는다.
“이곳에선 유리병이 재활용 되지 않아서, 나는 병을 모아서 재활용하는 장소에 가져다 주어요.” 내가 속한 일곱 분의 남자노인들이 재활용 쓰레기 이야기할 때 한 분이 말했다. “나도 그러는데!” 옆에 앉은 두 분도 그런다고 한다. 앞치마 입은 천사를 비롯해서 한국분들이 쓰레기 재활과 환경 오염 문제에서는 앞장서서 실행하는 것 같아 고맙게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