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에 쩔쩔매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번 겨울 조류 AI의 확산으로 닭 2000만 마리가 폐사했고, 이로 인해 ‘에그플레이션'(에그+인플레이션)까지 나타났다. 캄보디아에서는 지난달 닭을 기르던 20대 남성이 고병원성 AI에 걸려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긴장하고 있는 건 인간 감염 사례가 잦아지고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바이러스가 진화해 인간 대 인간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3월 포유류-포유류(인간) 간 AI 감염이 일어난 첫 사례가 발견됐다. 고병원성 AI의 일종인 ‘H5N1’ 바이러스가 젖소를 감염시킨 데 이어 젖소를 통해 인간까지 감염시켰다. 사람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는 일은 종종 있지만, 포유류를 통한 인체 감염은 처음이다. 바이러스가 진화한다면 인간 대 인간 감염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위험을 막으려면 가축 사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과학계는 야생 조류에 있던 저병원성 조류 AI가 인간의 가축 사육 시스템을 만나 고병원성으로 진화하고 종간 이동까지 하는 등 진화하는 것으로 본다.
동물권 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은 최근 논평에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동물을 집약적으로 사육하는 방식은 바이러스가 빠르게 변이하고 확산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면서 좁은 공간에 다수 동물을 사육하는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중앙일보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