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이하 우러)전쟁은 2022년 2월24일 새벽 4시50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됐다. 벌써 만 3년이 지났다. 우러 전쟁은 6·25 전쟁과 닮았다. 침공 개시 시간과 기간, 진행 과정, 국제전 성격,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 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침략과 침략을 당한 나라의 동의 없이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결말을 본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문제는 우러 전쟁이 끝나면 그 여파가 곧 한국에도 밀려올 것 같다는 점이다.
6.25는 소련의 무기 지원, 중공의 참전,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 개입 등 국제전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남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 중공군에 의해 휴전협정이 조인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미군 주둔, 전후 복구지원 약속을 얻어냈으나 전쟁 범죄자에 대한 단죄나 통일은 성사시키지 못했다. 휴전선도 전쟁 전과 거의 비슷한 분계선으로 그어졌다.
우러전쟁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2월 18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러시아와 우러 전쟁을 끝내기 위한 회담을 열었다. 우크라이나는 6·25 휴전 협상 때 한국이 제외된 것처럼 협상에서 배제됐다.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25%를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동남부 점령지역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주고받겠지만.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의 판단 착오로 전쟁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와 안보를 위한 야욕 때문이라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무슨 협상 카드가 있느냐는 식으로 젤렌스키를 압박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가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다. 6·25때 한국의 처지와 같다.
한국은 6·25 휴전 협상 당시 냉전 덕분에 미국에 의한 안보 등 지원책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런 보장도 없이 영토를 잃고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만 보고 물러서야 할지도 모른다. 약소국의 비애다.
트럼프는 한술 더 떠 그동안 미국의 지원에 대한 대가부터 챙기려 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수익으로 5천억달러의 재건기금을 조성, 미국이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그의 언행으로 볼 때 휴전이 되면 우크라이나의 안보는 물론 막대한 전후 복구비도 유럽에 떠넘길 공산이 크다.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입도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우러전쟁이 끝나면 트럼프의 시선은 한반도로 옮겨 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김정은을 영리하고 자신과 잘 지내는 좋은 관계’라고 말한다. 그와 곧 만날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대륙간 탄도탄을 폐기하는 선에서 북한과의 핵 협상을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탄을 폐기하면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은 사라진다. 트럼프는 국내 정치에 이를 활용, 자화자찬하며 북한의 탄도탄 폐기 대가는 한국이 떠맡게 할 것이다. 꿩 먹고 알 먹고 식이다. 그는 우러 전쟁 종식과 북핵 위협 해소를 지렛대로 노벨 평화상도 노릴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우러 종전 협상처럼 한국은 남한을 배제한 미북 협상을 보고만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더 심각한 현실은 70년 한미 동맹이 트럼프의 안중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장관은 워싱턴 DC를 방문한 국내 민간 경제 사절단 20여 명의 면담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항의 끝에 21일 뒤늦게 30분 만나기는 했으나 기업당 10억 달러 투자 요구서만 받았다. 트럼프 등 다른 주요 인사를 만나지도 못했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국제파고는 이처럼 높은데 이를 헤쳐 나갈 한국호는 선장 없이 표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