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독감 백신 생산에 필수적인 전문가 회의를 돌연 취소해 백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28일 로이터 통신과 NBC 방송 등에 따르면 FDA는 내달 13일 열릴 예정이었던 독감 백신 자문위원회 회의를 전날 갑자기 취소했다.
이 자문위 회의는 전문가들이 다음 시즌에 유행할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으로 적합한 균주를 논의하는 자리로, 이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FDA가 균주를 선정해야 제약업체들이 백신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진화하기 때문에 매년 업데이트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매년 이맘때 열리는 자문위 회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제약업체들은 통상 7∼8월까지 백신 접종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데, 이번 백신 회의가 취소되면서 다음 회의는 절차상 일러도 3월 말에나 열릴 수 있게 됐다.
독감 예방접종 옹호단체인 인플루엔자면역회의 회장 리첸 탄은 “백신 균주 결정이 지금보다 훨씬 늦어지면 제조업체들은 생산할 시간이 정말 촉박해진다”며 “만약 3월 말보다 더 지체되면 업체들은 큰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근래 독감 유행이 심해진 상황에서 이런 백신 생산 지연 가능성은 공중 보건에 대한 우려를 높인다고 언론은 지적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비 추정치에 따르면 연중 독감 시즌으로 분류되는 작년 10월부터 이달 22일까지 미국에서 독감에 걸려 앓은 환자는 3천700만∼6천600만명, 이 가운데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48만∼100만명, 사망자는 2만1천∼10만명으로 추정된다.
FDA를 감독하는 보건복지부의 대변인 앤드루 닉슨은 성명을 통해 “FDA가 2025∼2026년 독감 시즌에 맞춰 백신 업데이트를 위한 권고 사항을 제조사들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닉슨 대변인은 이번 백신 자문위 회의가 취소된 이유나 향후 일정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언론은 최근 FDA의 백신 정책에 일어난 변화가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 아닌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케네디가의 일원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과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의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지난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첫 각료 회의에서는 미국에서 10년 만에 발생한 홍역 환자 사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드문 일은 아니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