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부채의 23%가 연체 상태
헐값에 사들이는 투자자엔 최고의 기회
애틀랜타 오피스 수요가 줄고 건물 가치가 급락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상당수 건물이 건물 가격이 대출 잔액보다 낮은 ‘언터워터'(underwater) 즉 ‘깡통 부동산’으로 전락했고 이 와중에 헐값에 건물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데이터회사 트렙(Trepp)의 자료를 바탕으로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의 오피스 시장에서 상업용 부동산 부채의 약 23%가 연체 상태에 빠졌다고 4일 보도했다. ‘연체’ 상태란 빌딩 소유주가 최소 두 번 이상 지불 시기를 놓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애틀랜타 오피스 시장에서 제때에 페이먼트를 내지 못하는 부채 총액은 20억달러 정도. 이는 전국 메트로 지역에서 7번째로 많은 부실 대출 규모다.
특히 CMBS(상업용 모기지 담보증권) 대출만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CMBS 대출은 메트로 지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자금 조달 창구인데 CMBS 대출의 약 27%가 연체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년 전보다 약 4배 는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일각에서 “오피스는 죽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렌트 수요가 줄고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투자 효과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말 현재 애틀랜타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은 32.9%에 달했다. 이처럼 죽은 시장에서 헐값에 나온 매물을 이삭 줍듯이 사들이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연체율이 크게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애틀랜타에서 상업용 부동산 포클로저(압류)는 비교적 드문 편이다. 건물을 압류해도 그 가치가 이전과 같지 않기 때문에 대출 은행조차 망설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위치가 좋거나 세입자 기반이 탄탄한 건물조차 압류를 피해 헐값에 파는 일도 부지기수다. 따라서 이런 기회를 잡아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수하는 한탕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로서 테일러 트렙 수석 매니저는 “피 냄새를 맡은 상어가 많이 돌아다닌다”고 전했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커즌스 프로퍼티스’가 대표적 투자자다. 많은 건물을 사들이면서 애틀랜타 오피스 시장의 가장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커즌스는 작년 여름 미드타운에 있는 ‘프로시니엄 타워’를 43% 할인된 가격에 매입한데 이어 연말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과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고급 오피스 빌딩을 사들였다. 은행들이 포클로저조차 엄두를 못내는 요즘, 이 회사는 3개의 오피스 빌딩을 약 10억 달러에 사들였다.
커즌스는 전통적인 대출 대신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다. 콜린 코놀리 커즌스 CEO는 “커즌스와 같이 외부 자본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자본이 충분한 회사는 괜찮은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