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망설이다가 책임질 수 없을 만큼
흩어지다가 헤어지고 잠시 길을 묻는 바람이다가
오~ 훌쩍 떠난 너의 배아(胚芽)여
날지도 않으면서 어디까지 날아갈까
가면 가는 대로 오면 오는 대로
새끼줄에 후~우 불어 새끼 슬고
허공으로 태어나는 새끼의 새끼가
고추를 매달고 그 새끼가 솔가지를 달아매는
탯줄 까만 숯 한 덩이 보태어 대문 밖에 내다걸고
훠~이 훠~이 지저분한 것은 모조리 물러가라
가족관계증명서 어설픈 빈 칸에
단락 없이 뭉글한 이름으로 자라고
조금은 아끼더라도
이파리는 남 주는 것
스스로 빗줄로 긋는 낯선 촌수
잡풀 몇 가닥 달싹거리는 민 들에
이별의 업보로 피어나는 꽃
민들레, 생각하면 그때 네가 스산하겠구나
일찍 피는 꽃이 추운 것이 아니다
시인 김문성
1944년생. 서울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1997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애틀랜타 한돌문학회, 애틀랜타 한국문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Twin Lakes’(2018년), ‘삭제된 메시지입니다’(2023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