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변사람들이 독감으로 고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주 뉴욕에서 오기로 한 손님은 독감 때문에 드러누워 약속을 취소했다. 온라인 미팅으로 타주 사람들과 회의하다보면,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콜록콜록 기침을 하거나, 독감 때문에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독감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15년 만에 최악의 독감이 창궐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기준 미국내 3,300만 명이 감염되고 1만 9,000명이 사망했다는 통계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UC샌프란시스코 의대 피터 친-홍 교수(Dr. Peter Chin-Hong)는“이번 독감 시즌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지금까지 86 명의 어린이가 독감으로 사망했을 만큼 소아 및 고령층의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친-홍 교수는 독감 증세에 대해“감기에 비해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며 마치 ‘덤프트럭에 치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심한 몸살과 기침, 호흡곤란 증세가 동반된다”며 2 세 미만 영유아와 65 세 이상 시니어는 독감 감염시 폐렴 등 합병증 위험이 큰 만큼 증상이 심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
미국에 독감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백신 접종률 감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CDC에 따르면 17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독감 백신 접종률이 2020년 63.7%에서 2025년 34%로 반 토막났다. 65세 이상 고령층과 일반 성인의 접종률 역시 각각 69.8%에서 59%, 48.4%에서 34%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산된 ‘백신 음모론’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조류독감, RSV(호흡기융합바이러스),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쿼드데믹(Quademic)’ 상황이다. 텍사스에서 10년 만에 홍역으로 인한 아동 사망 사례가 발생한 것처럼, 과거 백신으로 통제되었던 감염병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USC의대 다니엘 터너 요베리스 박사(Dr. Daniel Turner-Lloveras)는“일부 부모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질병들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며“이는 공중보건 시스템의 후퇴를 의미하며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A&M 대학(Texas A&M University) 의대 벤자민 뉴먼 교수(Dr. Benjamin Neuman)는 독감 백신이 100% 예방을 보장하지 않지만, 중증 진행을 막는데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독감 대유행이 4 월~5 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백신 접종 외에도 외출후 손씻기 등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조언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손씻기 등 개인위생 향상 및 백신 접종이다. 우리는 과학적 사실과 허위정보를 명확히 구분하고,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백신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되, 그것이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백신 접종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공동체적 책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