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모델로 심리적 고통 신호 포착
호스피스 케어 의사결정에 도움
말기 환자들을 돌보는 고통 완화 치료(palliative care)와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을 연구하는 한국인 학생이 화제다.
펜실베이니아대 교내 매체 ‘펜 투데이(Penn Today)’는 간호대학 박사과정 2년 차인 오온지(Oonjee Oh)씨를 지난달 28일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해 11월 간호학 윤리(Nursing Ethics) 저널에 ‘고통 완화 치료에서 인공지능 활용의 윤리적 차원(The ethical dimensions of utilizing Artificial Intelligence in palliative care)’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씨의 연구는 AI 기술이 말기 환자 고통 완화 치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논문은 ▶환자의 사망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 ▶임상 기록에서 심리적 고통의 신호를 포착하는 자연어 처리 모델 ▶간병인에게 정보 및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챗봇 등 AI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윤리적 관점에서 검토했다.
또 오씨의 논문은 AI 기술이 환자와 가족의 자율성과 의사결정권을 보장하면서도 공정하고 설명 가능한 방식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씨는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데이터 분석과 AI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간호학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코로나 19 로 인해 환자 인터뷰나 임상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지면서 설문 조사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에 집중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코딩, 고급 통계 모델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었고, 이후 박사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AI와 간호학의 접목을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오씨가 고통 완화 치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국 서울대병원에서 일반 외과 병동 간호사로 일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씨는 “당시 중증 환자들이 중환자실(ICU)과 일반 병동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지만, 호스피스 케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목격하고 자연스레 고통 완화 치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호스피스 케어에서 가족들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그리고 AI가 이러한 의사결정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펜실베이니아대 간호대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특히, 오씨는 윤리적 문제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연구하기 위해 현재 생명윤리학 석사(Master of Bioethics) 학위도 병행하고 있다.
오씨 지도교수인 조지 데미리스 간호대 교수는 “(오씨는) 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공정성을 갖춘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LA지사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