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백신불신 확산…접종률 낮아지자 홍역 발병사례 증가
‘백신 음모론’ 신봉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취임한 지 3주 만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겠다는 대규모 연구계획을 추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은 20여년 전에 제기됐으나, 실제로는 무관하다는 것이 과학계와 의학계의 정설이다.
7일 로이터통신은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CDC의 이런 행보는 최근 10여년간 최대 규모의 홍역 유행이 발생해 지금까지 200여명이 감염되고 텍사스와 뉴멕시코에서 2명이 숨진 와중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홍역 유행이 발생한 요인이 일부 지역에서 학부모들 사이에 근거 없는 ‘백신 유해론’이 파다해 백신 접종률이 낮아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CDC의 백신 자문위원을 지낸 윌버 첸 메릴랜드 의대 교수는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연구를 연방정부가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 대중에게 백신에 대한 불신감을 일으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한때 높은 백신 접종률이 유지되면서 홍역이 드물어졌다가 최근 수년간 ‘백신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발병 사례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홍역 사망자가 2003년에 2명, 2015년에 1명 있었고, 그로부터 10년만인 올해 들어 2월 말 텍사스에서 1명, 3월 초 뉴멕시코에서 1명이 각각 숨졌다.
지난 2월13일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하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장관과 이를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케네디 장관은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다년간 펴 왔으며 상원에서 열린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이런 주장을 꺾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6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각료 회의에서 “(홍역으로 인한 사망이)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사태를 축소하려는 발언을 했다.
다만 CDC나 HHS는 케네디 장관이 이번 연구 추진 계획 결정에 관여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CDC 본부장으로 지명했으며 다음 주에 상원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의사 출신 데이브 웰던 전 하원의원도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펴 온 인물이다.
홍역·풍진·볼거리(MMR) 백신 접종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설은 1998년에 논문으로 나왔으나, 해당 논문의 분석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다른 연구자들이 잇달아 정반대 결론이 나온 연구를 발표하면서 ‘무관하다’는 게 정설로 굳어진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