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사회, 트럼프 행정부 ‘다양성 철폐’에 “1950년대 회귀” 우려
미국 내 흑인 참정권 보장의 기폭제 역할을 한 ‘셀마 행진’ 60주년을 맞아 흑인사회를 중심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다양성 정책 철폐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9일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에서는 1965년 3월 이곳에서 일어난 셀마 행진 60주년 행사가 열렸다.
셀마 행진은 1965년 3월 참정권을 요구하며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를 건너 행진하던 흑인 시위대를 군과 경찰이 강경 진압한 사건으로 ‘피의 일요일’로도 불린다.
당시 평화적으로 행진하던 시위대를 군과 경찰이 유혈 진압한 사실이 알려지자 흑인 참정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미국 전역으로 번져나갔으며, 같은 해 8월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흑인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법률에 서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 사건 60주년을 기념해 열린 행사에서는 당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추모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성 정책 철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테리 슈웰(D-AL)의원, 하킴 제프리스(D-NY)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맥신 워터스(D-CA)의원, 민권 운동가 앨 샤프턴과 제시 잭슨이 2025 년 3월 9일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열린 ‘블러디 선데이’ 6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를 건너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셀마 행진 60주년을 맞은 지금 미국에서는 일부가 “우리의 역사를 눈가림(whitewash)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60년 전 시위대가 그랬듯 지금도 흑인 사회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 스웰(민주당, 앨라배마주) 연방 하원의원은 “우리는 우리의 국가가 혼돈 속에 있는 지금 ‘피의 일요일’ 60주년 행사에 모였다”면서 최근까지 일부 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흑인 투표권 제한 사례들을 지적했다.
다른 발언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의 계약에서 여성과 소수자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도록 의무화한 1965년 존슨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포함해 각종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AP는 전했다.
어린 시절 목격한 ‘피의 일요일’ 현장을 여전히 기억하는 셀마 주민들도 트럼프 시대에 미국에서 흑인 민권이 1950년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셀마 주민인 베르델 레트 도슨은 AP에 흑인들이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연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1950년대로의 회귀라는 사실이 (셀마 행진으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