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은 화개장터와 섬진강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리산 국립공원과 한려해상 국립공원 등 국립공원도 2개나 안고 있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였고, 쌍계사같은 천년 고찰도 있다. 높은 산 맑은 물, 기름진 땅에서 생산된 농특산물 역시 양질의 신토불이 제품으로 인기가 높다.
그런 곳을 대표해 지난 주말 하동군 ‘해외시장 개척단’이 하동 특산물 홍보차 애틀랜타를 방문했다. 하승철 군수를 비롯해 군 관계자와 관련 업계 인사 등 모두 9명이다. 이들은 오자마자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토요일엔 지역 언론 상대로 하동군 홍보 설명회를 했고, 일요일에는 한인 마켓 등 유통 업체를 방문해 하동 농특산물 홍보 및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월요일엔 한인상의와 협력을 약속했고, 오후엔 둘루스 정치인 면담도 진행했다.
이들이 애틀랜타를 주요 판촉지역으로 선택한 것은 그만큼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애틀랜타 한인 입장에서도 녹차나 딸기 같은 하동 특산품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으니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 개척단의 행보를 보면 지역 한인사회를 상대로 한 하동군 홍보의 기회를 좀 더 잘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유력 언론사와의 적극적인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알리고자 하는 것들을 제대로 소개하고, 지역 한인들이 궁금해 할 것들을 대신 물어주는 알려주는 것 만큼 시장 개척에 효과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동군 관계자들이 사흘 전 이미 잡힌 본지와의 인터뷰 약속을 총영사 면담을 이유로 아무런 사전 양해 없이 무시해 버린 것은 매우 유감이다. 태평양 건너 찾아온 귀한 손님(?)을 나름 준비하고 기다리던 기자도 황당했음은 물론이다. 사전 연락이나 조정 요청 한마디 없이, 사후에도 별다른 해명 없이 태연히 나머지 일정을 진행했다는 것도 그들이 얼마나 애틀랜타 지역 신문을 쉽게 생각하는 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승철 군수를 비롯한 하동군 관계자들은 ‘해외 시장 개척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하동 녹차와 딸기를 소리 높여 홍보했다. 품질 좋다, 신선하다 식의 좋은 수식어는 다 동원했다. 하지만 고객은 그런 수식어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생산자, 마케팅 담당자의 진실성, 신뢰성도 함께 살핀다. 그런 점에서 작은 약속 하나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홍보하는 제품이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들은 이번 애틀랜타 방문 전 멕시코시티를 먼저 방문했다고 한다. 애틀랜타 다음엔 뉴욕 방문 일정도 잡혀있다. 그런 곳을 9명의 인원이 며칠씩 다닌다. 인구 4만의 작은 지자체로서 감당해야 할 출장비도 제법 부담스러울 것이다. 나중에 실질적인 판매 협약이나 구체적인 계약 체결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외유성 출장이니 혈세 낭비니 하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과거 타 지자체 사례를 봐도 비싼 돈 들여 미국까지 와서 그럴듯한 협약 맺고 양해각서(MOU)까지 잔뜩 체결하고 돌아갔지만 실제 계약으로까지 이어지는 비중은 20~30%도 채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나와 정치인 만나고 지역 인사들과 사진 찍는다고 해결될 만큼 해외시장 개척이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들은 곧 뉴욕으로 떠날 것이다. 이미 많은 사진을 찍었고, 애틀랜타 한인 미디어들도 그들의 방문을 환대하며 많은 기사를 썼다. 그것으로 그들의 방문 목적은 달성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을 응원하며 미주까지 보낸 하동 군민들이 진정 기다리는 소식은 누구를 만났다, 누구와 사진 찍었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