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경찰의 강압 수사로 인해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주민 2명이 역대 최고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10일 시카고 연방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지난 2003년 발생한 살인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수감생활을 한 존 풀턴과 안소니 미첼에게 총 1억2000만달러를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당시 18세와 17세였던 풀턴과 미첼은 역시 18세였던 크리스토퍼 콜라조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했다. 희생자는 백 오브 더 야드 지역에서 덕트 테이프에 감기고 불에 탄 채로 발견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열린 재심에서 풀턴과 미첼의 유죄를 확정할 수 있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 목격자인 17세 여성의 증언으로 두 명이 유죄가 확정됐는데 콜라조가 총기를 판매했고 풀턴과 마찰을 빚었다고 증언한 것이 유일했다.
하지만 이 증언 역시 나중에 철회된 것으로 밝혀졌다. 풀턴과 미첼은 경찰 조사 도중 고문을 당했으며 회유와 협박으로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수사한 시카고 경찰 형사는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한다고 하자 범인들이 범행을 자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수법은 해당 형사가 5년간 100회 이상 사용한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재심 과정에서는 풀턴이 범행이 발생한 날 자신의 집에서 나가는 장면이 감시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집의 출입문은 다른 전자키로 열렸다는 점도 확인됐지만 첫 재판 당시 쿡카운티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가 제출되지 않도록 방해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풀턴과 미첼은 16년 간의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뒤 풀려났고 경찰의 강압 수사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지금까지 시카고 경찰의 불법적인 수사 등으로 인해 가장 많은 배상금을 지출한 사례는 지난 2021년 네이손 필드가 받은 2200만달러였다.
한편 시카고 시는 2019년부터 2024년 6월까지 경찰의 강압 수사 등으로 총 2억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풀턴과 미첼에게 지급될 1억2000만달러는 시카고 시청이 강압 수사 배상금으로 배정한 연 예산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시카고지사 네이튼 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