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성인이 되고 독립할 정도의 나이가 됐는데도 모든 경제력을 부모 또는 가족에게 의존하는 자녀들을 캥거루족이라고 부른다. 어미 캥거루의 배주머니 안에서 먹이를 받아먹고 천적으로부터 보호받는 새끼 캥거루의 모습에 빗댄 부정적인 표현인 것인데 미국과 같이 성년이 되는 즉시 독립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문화에서도 경기 침체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캥거루 족’과 유사한 말로서 미국에서는 ‘트위스터’, 프랑스는 ‘탕기’, 이탈리아는 ‘맘모네’, 영국은 ‘키퍼스’, 독일의 ‘네스트 호커’, 캐나다의 ‘부메랑’, 중국에서는 ‘전업자녀’로 불리워지고 있다하니 웃지 못할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제 앞가림을 못하는 자녀 때문에 부모들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으면서도, 적지 않은 부모들은 험난한 세상에서 힘들어 할 자녀를 내보내지 못하고 애지중지 품에 안고 있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하니 이런 현상에 대한 학계의 연구와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결혼 연령과 취업 연령, 사회 진출 연령대가 빨랐던 시기에는 적절한 시기에 결혼이나 취업을 하여 빨리 독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20년대에는 장기 불황과 대 침체, 학자금 대출, 청년실업, 물가와 전반적인 주거 생활비용 상승으로 자립할 자금을 모으기까지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형편이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1989년 18-34세의 젊은 성인들은 평균 3,300 달러의 순 자산을 보유했으나 2020년의 그 또래는 10,000 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학자금 융자가 빚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 하였다. 많은 돈을 들여 공부하고 전문성을 키워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쉽지 않아 고학력자 들의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대학에 진학하던 젊은이들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30-40세가 되어서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여전히 엄마, 아빠를 부르며 아이들처럼 그대로 살아가고 있어 어른이 되지 못한채로 머물고 있는 듯이 보여 지기도 한다.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 정도로 가족 구성원 자체가 많지 않은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결혼도 미루고 출산도 거부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가족의 모습도 이젠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TV프로에도 다양한 모습의 가족들을 보여주는데 이렇게 30-40대가 되었어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 집에서 편히 살고 있는 젊은이들을 볼 때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하고 걱정이 앞 서는 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얼마전 큰 아들이 애틀랜타에 다녀오는 길에 운전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엄마는 제가 아직 독립하지 않고 집에 있는데 뭐라고 하지 않고 화내지 않네요?” 사실 큰 아들은 지난 1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아직 취업이 되지 않아 여러 곳에 이력서를 보내고 일을 찾고 있는 중이다. 취업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본인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살짝 웃으며 묻는 말에 나도 웃으며 바로 말했다. “화를 왜 내. 네가 얼마나 엄마한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 어차피 취업 되고 나면 너도 바빠지고 멀리 가게 될 수도 있으니 우리 같이 있는 동안 사이좋게 서로 도우면서 잘 지내고 있자.” 안심이 되는지 “네” 하고 대답하는데 마음이 조금 짠 했다.
요즘 취업하기 정말 어렵고 잘 다니던 회사에서도 하루아침에 정리 해고되는 경우가 많아 다들 비상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들에겐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으니 걱정 말고 취업 준비하라고 했다. 내일 인터뷰가 잡혔다고 한다. 얼마나 긴장될까? 녀석 준비 잘해서 당당히 해 내고 오길 기대해 본다.
고용여건이 악화되고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면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니 이러한 캥거루 가족의 형태는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단지 개인의 부족한 탓으로 이유를 돌리기엔 현실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할 것이니 국가와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