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노르웨이 입양된 앤더슨
질병치료에 유전정보 필요해도
친부모 정보공개 막혀 치료 막막
1972년 노르웨이로 입양된 앨리스 앤더슨(53)은 “속이 불타오르는 느낌”의 육체적 고통을 안고 산다. 그의 한국 이름은 강부자. 입양 서류엔 정확한 생일도 없이 ‘고아’로 기재됐다. 그는 1996년에야 자신의 신장이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여러 장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앤더슨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신장이 하나인 이유가 유전적 요인인지, 발달 과정에서 생긴 문제인지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의 유전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통이 심해지는 가운데 앤더슨은 친생부모 정보를 찾아 나섰지만 8년 동안 노르웨이와 한국 정부 모두 책임을 회피했다. 2020년 노르웨이 총리에게 입양인의 알 권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이 문제는 한국이 해결해야 하며 노르웨이는 책임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1972년 노르웨이로 입양된 앨리스 앤더슨(한국명 강부자·53)이 입양 전 촬영한 출국 사진. 사진 앨리스 앤더슨
2016년과 2019년에는 직접 한국에 방문해 친생부모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가까스로 ‘이리(익산)의 강씨 가문’이라는 단서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을 뒤져 친모의 5촌을 찾아냈다. 해당 정보를 토대로 홀트에 공식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은 없었다. 이후 아동권리보장원이 친생모에게 우편과 전화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친생모가 입양 사실을 강하게 부인해 더 진행할 수 없었다.
입양특례법 제36조에 따르면 입양인은 아동권리보장원 또는 입양기관에 입양 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고, 기관은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정보를 공개하게 돼 있다. 다만 의료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동의 없이도 정보 공개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조항에 따라 친생부모의 인적사항이 공개된 사례는 거의 없다.
1972년 노르웨이로 입양된 앨리스 앤더슨(53)이 어린 시절 자신의 노르웨이 양어머니와 찍은 사진. 사진 앨리스 앤더슨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실이 아동권리보장원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입양인의 입양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2021년 1327건에서 2023년 2717건으로 2년 새 2배로 뛰었다. 하지만 친생부모의 인적사항 공개율은 3개년 평균 16.4%에 그쳤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8조는 국가가 국적·이름·가족관계를 포함한 아동의 신분을 지켜주고 보호해 줄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한국도 협약을 비준했지만 현행 입양특례법은 입양인의 알 권리보다 친생부모의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입양특례법상 입양 정보 공개 제한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