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 4주기 기자회견이 조지아주 의사당에서 열렸다. 샘박, 홍수정 주하원의원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인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증오범죄 방지를 다짐했다. 10년전만 해도 한인 및 아시아계 정치인들이 보수적인 조지아주 의사당에서 아시아계 행사를 여는 일은 상상도 할수 없었다. 조지아 한인들의 정치적 비중을 반영한 것이다.
애틀랜타 한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한인 정치인들 2명도 부족한 감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한인 인구 증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한인인구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수 있는 선거구 재조정(redistricting)이 중요하다.
최근 연방대법원에 계류중인 루이지애나 대 칼라스(Louisiana v. Callais)와 로빈슨 대 칼라스(Robinson v. Callais)는 선거구 재조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현재 루이지애나 주 인구의 3분의 1은 흑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루이지애나 주에 배정된 연방하원의원 숫자는 6명이다.
따라서 단순하게 계산하면 연방하원의원 6명 중 2명은 흑인이 되어야 하며, 현재 의원 분포도 그렇게 되었다. 지역구 2곳이 흑인 다수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재조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불만을 품은 비흑인 유권자 12명은 “지역구를 나누는데 있어 인종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역차별이며 헌법위반”이라고 소송을 건 것이다.
과연 선거구 조정에 있어 인종적 기준을 반영하는 것은 합헌인가 위헌인가? NAACP 법률방어교육기금의 빅토리아 웬저(Victoria Wenger) 변호사는 “투표권리법에 따라 선거구 획정시 특정 공동체가 공유하는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이슈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공동체가 직면한 고유한 도전과 기회들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데반타 루이스(Davante Lewis) 루이지애나 3 지역구 공공서비스 커미셔너는 “선거구 재조정이 정치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공정한 선거구 재조정이 지방 정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한인타운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현재 한인타운에는 한인 인구가 많고 한인 비즈니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한인타운을 대표하는 주의원이나 연방의원이 있다면, 한인들의 목소리도 정치권에 더욱 잘 반영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 통역이나 한인 노인들을 위한 예산 증가 등을 건의할수 있다.
그러나 한인타운 전체를 하나의 지역구로 묶는 대신, 행정적 이유로 한인타운을 절반으로 ‘뚝’ 잘라서 각자 백인 다수 지역구로 붙인다고 생각해보자. 그 결과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은 선출될수 없을 것이며, 한인들을 위한 혜택도 기대할수 없을 것이다.
웬저 변호사는 그런 점에서 특정 인종을 위한 지역구 획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연방 대법원이 원고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면, 앞으로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 참여하는 각 주의회는 흑인 및 유색인종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을 무시하고, 백인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선거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리고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오는 2026년 연방, 시의회, 교육위원회, 공공서비스 위원회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미국 내 소수민족 커뮤니티에게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선거구 지도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한인 및 소수민족들의 정치 참여와 대표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선거구 재조정에 있어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을 가진 공동체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인들의 정치적 대표성과 참여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