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짓기는 시기상조” 신중론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 최근 달러 가치와 미 증시가 이례적으로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월가의 ‘미국 자산 예외주의’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관세 여파와 경제 전망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미국 주식과 달러의 동반 매도를 촉발하면서 최근 몇주간 월가의 미국 예외주의 거래가 산산조각 났다고 23일 보도했다.
FT는 올해 들어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주가지수는 3.6% 정도 내린 상태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5년간 이러한 상황이 대규모·지속적으로 발생한 경우는 드물었다면서 “최근 몇 주간 미국 예외주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1970년대 초 이후 가장 빠른 미 증시 조정 중 하나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증시 조정은 드물지 않지만 달러 매도세와 같이 발생한 경우는 드물다. 주가가 빠르게 조정될 때는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LSEG 집계를 보면 1월 31일부터 전날까지 달러인덱스가 3.9%, S&P500지수는 6.2% 내렸다. 두 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2월∼2008년 3월 각각 5.4%, 10.2% 하락했고 2011년 6∼7월에는 각각 1%, 1.7% 내린 바 있다.
올해 들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미국 주가지수는 4% 가까이 빠진 반면 MSCI 세계지수(미국 제외)는 9% 가까이 오른 상태다.
딥시크의 가성비 인공지능(AI) 돌풍 이후 중국 기술기업 주가가 랠리를 펼치고 있고, 독일 정부의 국방비 지출 확대 등 재정정책 효과로 독일 DAX 지수는 올해 15% 가까이 올랐다.
안전자산 선호 속에 미 국채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단기채 시장으로 몰리면서 달러 가치를 지지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만 해도 관세·감세와 친기업적 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정책 불확실성, 스태그플레이션(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 등을 더 주시하고 있다.
유럽 등의 돈 풀기와 지정학적 구도 변화, 미국 기업들의 적정 주가를 둘러싼 버블 우려 등도 고려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건체이스가 올해 투자시장 테마로 광범위하고 지배적인 미국 예외주의를 꼽은 지 두 달 만에 투자자들이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JP모건 전략가들은 최근 “연초에 미국 예외주의가 시들해지고 있으며 (달러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면서 “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에 대한) 명확한 약세 전망으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달러 약세 전망의 배경으로 관세 불확실성과 미국 경제활동 둔화를 꼽는 동시에 “(돈 풀기 등) 독일과 유럽의 재정·지정학도 분수령에 있다”고 짚었다.
또 “시장 참여자들이 달러 이외 자산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달러 예외주의가 고점을 찍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라드는 “시장이 분명 미국 예외주의의 생존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지만 끝났다고 결론짓기는 시기상조”라면서 “우리는 (설문조사 대신 지표 등) 증거를 봐야 하며 이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