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대미 수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자동차 제조사들의 요청으로 해운업체들이 아시아·유럽에서 평소보다 ‘수천 대’ 더 많은 차량을 미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운업체 발레니우스 빌헬름센 관계자는 “우리가 고객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물량이 아시아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수요 증가에 대응해 수송 능력을 늘렸고 선박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수송 물량이 더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관세 부과 기한 전에 미국으로 더 많은 차량을 보내려는 업체 중에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도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관세 대응 전략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면서도 “우리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선적 계획을 계속 최적화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FT는 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달 통계를 보면 한국에서 북미로 보내는 차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고,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미국으로 보내는 차량이 각각 22%, 14% 증가했다.
한 독일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관세 위협에 대응해 유럽에서 미국으로 더 많은 차량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해운 모니터링 플랫폼인 에스지안(Esgian) 관계자는 수송 완료된 차량 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수송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동아시아에서의 수송 증가도 곧 가시화될 것으로 봤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와 야적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밝혀왔고, 지난달 18일 관련 질문에 “아마 여러분에게 4월 2일에 이야기할 텐데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할 때 수위를 조절할 전망이며 자동차·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대한 관세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4일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시행하면서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규정을 충족하는 제품에는 한 달간 관세를 유예한 바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기지를 둔 자동차 업체들은 한 달간의 시간을 벌긴 했지만,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FT에 따르면 혼다는 멕시코·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송을 앞당기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있는 물량을 미국 내 공장으로 옮기고 있으며 한 달 유예기간 동안 미국으로 보낼 차량 생산을 늘리고 있다.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 관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도요타는 미국으로 물량을 늘리지 않았다고 FT에 밝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로서는 BMW3 시리즈 등 약 10개 모델이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판매량 기준 30만대 규모다.
BMW는 딜러들에게 최근까지만 해도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했던 BMW3 시리즈의 관세율이 2.5%였는데 이제 27.5%가 됐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BMW는 1만 달러(약 1천464만원) 이상의 가격 상승 요인이 있지만 5월 1일까지는 사측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아우디 Q5, 메르세데스-벤츠 GLB 등도 관세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또 이미 시행에 들어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20% 추가 관세로 볼보 등의 중국 생산 모델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