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미주 한인들의 비결에는 언제나 한인 여성들의 희생이 있다. 한인 아내와 어머니들은 집안에만 머물지 않고, 남자와 똑같이 일해서 성공을 일궜다. 한인 아내가 남편과 함께 밤낮없이 일하며 사업체를 성공시키고, 자녀까지 훌륭히 키워낸 사례는 많이 볼수 있다.
그러나 한인과 같은 유색인종 여성들은 그에 걸맞는 소득이나 대접, 사회적 인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인 여성만을 다룬 객관적 연구는 아직 없지만, 비슷한 처지의 흑인 여성에 대한 최근 연구를 보면 현실을 어느 정도 유추할수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흑인여성 협력강화연구소(CBWCEI)가 발표한 ‘보이지 않는 노동, 보이는 투쟁: 인종 성별과 직장의 교차점’ (Invisible Labor, Visible Struggles: The Intersections of Race, Gender, and Workplace)은 흑인여성 452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생활과 직업에 대해 다룬 연구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흑인여성은 110만명으로 전체 인구 6.7%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적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 흑인 여성의 평균 소득은 약 60,000달러로 백인 남성의 90,000달러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러한 임금 격차는 2121년까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흑인 여성의 57%가 직장에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혼자 자녀를 양육하는 흑인 ‘싱글맘’ 들은 평균 소득이 약 53,000달러로 일반 흑인 여성에 대해 더 낮았다”고 CBWCEI의 연구관 샤론 우치 박사(Dr. Sharon Uche)는 설명한다. 현재 흑인 가구의 67%는 싱글맘이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직장 내에서 흑인 여성들은 종종 ‘보이지 않는 노동’을 강요받으며, 그들의 기여가 과소평가받고 있다. 흑인 여성 응답자의 단 16%만이 간부 자리나 승진 기회를 제공받았다고 답했으며, 절반 가까운 응답자는 “자신이 직장에서 소외되거나 기회를 놓친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직장내 중요한 회의에 초대되지 않거나, 동료들보다 적은 정보와 멘토링을 받는 것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흑인 여성들이 상사나 동료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특히 흑인 상사를 둔 경우 만족도가 높았고 답했다. 이는 직장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시킴으로써 긍정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CBWCEI의 회장 켈리 토드 그리핀(Kellie Todd Griffin)은 지적한다.
유색인종 여성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정치권 차원의 노력도 보이고 있다. LA한인타운을 지역구로 둔 로 칸나(Rho Khanna) 연방하원의원은 법안은 연간 소득 25만달러 이하 가정을 대상으로 아동 보육 비용을 하루 10달러로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아동 보육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와 여성, 인종차별 신고 강화 방법도 나오고 있다.
결국 흑인 여성들이 겪는 문제는 한인과 같은 유색인종 여성들의 문제와도 비슷하다. 한인 여성들도 노동과 육아라는 2중 부담을 지고 있으며, 남자에 비해 부족한 소득과 보이지 않는 직장내 차별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한인사회도 흑인 및 유색인종 사회와 손잡고, 이같은 여성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