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강변길 1시간 반 촉촉한 발걸음
자연 그대로 봄기운 가득한 길 “좋아요”
샤토 엘란 와이너리, 올드 타운도 가볼만
#. 미국 지도를 보면 4개 주가 모두 맞닿는 곳이 딱 한 곳 있다. 이름하여 포코너스(Four State Corners)라는 곳이다. 유타주 동남쪽, 콜로라도 서남쪽, 애리조나 동북쪽, 그리고 뉴멕시코주 서북쪽 모서리가 이곳에서 열십자를 그리며 만난다.
주변은 원래 인디언 원주민들이 살던 곳이었다. 서부영화 단골 촬영지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를 비롯해 메사버드(Mesa Verde) 국립공원, 캐년드셰이(Canyon de Chelly) 등 원주민 유적도 많다. 하지만 포코너스 자체는 특별한 경치나 볼거리가 없다. 그저 4개 주 깃발과 시멘트 바닥에 열십자로 4개 주 경계를 표시해 놓은 작은 구조물이 전부다.
브래즐턴 길을 달리는 올드카.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 건, 4개 주 땅을 동시에 밟거나 만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다리는 유타, 애리조나 땅을 밟고, 두 팔은 콜로라도, 뉴멕시코를 짚은 채 사진이라도 찍는다면 꽤 훌륭한 기념품이 되지 않겠는가.
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조지아주에도 리틀 포코너스가 있다. 4개 주는 아니고, 4개 카운티가 만나는 지점인데, 브래즐턴 타운 내 멀베리 강가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현장엔 탑 모양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강변 따라 한나절 걷기도 좋은 곳이어서 간단히 소개한다.
브래즐턴 시빅센터. 주민들의 이벤트나 공연장으로 쓰인다.
#. 바야흐로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것들 모두 기지개를 켠다. 풀도 나무도 물이 오르고, 토끼도 다람쥐도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이럴 때면 우리도 나가야 한다. 물가로, 혹은 숲으로 나가 걸어야 한다.
조지아 리틀 포코너스를 보기 위해 브래즐턴 멀베리 리버워크를 찾아가 걸었다. 왕복 4.6마일, 멀베리 강을 따라 왕복 1시간 반쯤 걸을 수 있는 트레일이다.
트레일헤드에서 1.5마일. 여기서 50~60m 떨어진 곳에 포코너스가 있다.
멀베리강은 조지아 북부를 흐르는 길이 28마일의 자그마한 하천이다. 홀카운티에서 발원해 브래즐턴을 지나면서 배로카운티와 잭슨카운티의 경계를 이루다 미들오코니강으로 합류한다.
브래즐턴 당국이 타운 내 이 강 주변 200에이커를 구입해 산책로를 조성했는데 그게 바로 멀베리 리버워크다. 타 지역 강변 산책로와 달리 자연 상태 그대로라는 게 특징이다. 식수원인 멀베리강을 보호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았다. 대단한 경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밋밋할 수 있지만 포코너스라는 목적지가 있어 동기 부여는 확실히 되는 곳이다.
브래즐턴 멀베리 리버워크 입구.
트레일은 한적하고 고즈넉하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주말임에도 찾는 이가 별로 없다. 가끔 멀리서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웅웅 들려오긴 하지만 새 소리, 물소리를 듣는데 지장은 없다. 잘게 부순 나무껍질이나 부드러운 흙으로 덧씌운 길 바닥은 푹신푹신 쿠션을 밟는 것 같다. 이제 곧 초록이 무성해질텐데 그때 걸으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멀베리강 다리. 양쪽은 모두 주택가다.
멀베리강은 전형적인 사행천(蛇行川)이다. 걷는 내내 옆에서 함께하는 물길은 뱀처럼 이리 구불 저리 구불이다. 그럼에도 물길은 전혀 다급하지 않다. 그런 강변을 유유자적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도 느긋해진다.
동네 주민들이 멀베리강(왼쪽)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걷고 있다.
주차장에서 1마일쯤 걸어가면 작은 폭포도 있다. 계속해서 주택가 도로 건너 조금 더 가면 1.5마일 지점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바로 이어 브래즐턴 포코너스 기념비가 나온다. 귀넷, 홀, 잭슨, 배로 4개 카운티가 만나는 모서리다.
주차장에서 멀베리 강을 따라 1마일 쯤 걸어가면 만나는 작은 폭포.
#. 4개 카운티가 만나는 곳에 왔으니 이들에 대해 좀 알아두는 것도 좋겠다. 우선 귀넷(Gwinnett)카운티. 풀턴(Fulton), 디캡(eKalb), 캅(Cobb) 카운티와 함께 조지아주 ‘빅4’ 카운티다. 인구는 지난해 100만 명을 넘겼다. 한인 밀집지역인 둘루스, 스와니, 뷰포드가 모두 귀넷 카운티이고 수도는 로렌스빌이다.
홀(Hall) 카운티는 레이크 레이니어 동쪽 지역이다. 뷰포드 일부와 플라워리브랜치가 속해 있고 수도는 게인스빌이다. 인구는 20만명이 조금 넘는다.
옛 건물 그대로 지금도 영업중인브래즐턴 올드타운
잭슨(Jackson) 카운티는 SK 배터리 공장이 커머스에 들어서면서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다. 카운티청 소재지는 제퍼슨, 인구는 2만 명이 안 된다.
끝으로 배로(Barrow) 카운티는 지난 해 고교 총격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와인더와 인근 어번이 중심이다. 인구는 8만 5천 정도. 브래즐턴 외에 대큘라 일부도 배로카운티에 속해 있다.
브래즐턴 올드타운에 있는 맥주 양조장.
이들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은 잭슨카운티다. 1796년에 조지아주 22번째 카운티가 됐다. 귀넷카운티(42번째)와 홀카운티(44번째)는 모두 1818년에 생겼다. 배로카운티는 1914년 147번째로 조지아주 카운티가 됐다.
참고로 카운티는 공식적으론 주(state) 아래에 있는 행정단위로 조지아주에는 159개 카운티가 있다. 미국 50개 주 중 텍사스(254개)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브래즐턴 타운홀 옆에 있는 옛날 학교 종. 1957년까지 사용됐다.
#. 멀베리 리버워크 하이킹은 보통 샤토 엘란 골프장 입구 건너편 주택단지 옆에서 시작한다. 비포장 공터에 15대 정도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트레일 헤드 주소 : 940 Thompson Mill Rd. Braselton GA 30517)
브래즐턴 주택단지 옆 멀베리 리버워크 주차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150m 쯤 내려가면 멀베리강이 보이고, 강 옆으로 비포장 트레일이 시작된다. 1시간 반 정도면 포코너스 지점까지 다녀올 수 있어 하루 만 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면 맞춤 맞은 거리다.
많이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포코너스 기념비로 바로 가 보는 방법도 있다. 인접한 주택 단지로 가서 들어가면 되는데 따로 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눈치껏 스트릿 파킹을 해야 한다. (주택가 포코너스 입구 주소 : 6602 Silk Tree Pointe, Braselton, GA 30517)
브래즐턴포코너스 기념비 앞에 선 필자.
브래즐턴까지 갔다면 하이킹 후 다른 곳을 들러 전원 분위기를 맛보는 것도 좋다. I-85 126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 사토 엘란 와이너리는 브래즐턴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기막힌 사진 배경을 제공한다. 리조트를 겸한 이곳에선 100% 조지아산 와인이 생산되고, 특별한 테이스팅 프로그램도 있다. 고급 레스토랑도 함께 있어 귀한 손님 대접하기 좋다.
샤토 엘란 와이너리&리조트.
I-85 129번 출구 쪽 히스토릭 다운타운도 가 볼 만하다. 건물 전체가 하얗게 칠해진 브래즐턴 타운홀 주변으로 낡았지만 분위기 있는 건물들이 몰려있다. 예쁜 카페, 베이커리, 맥주 양조장, 시빅센터, 공원 등을 둘러보며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브래즐턴 타운홀. 전체가 하얀색이다.
브래즐턴히스토릭 올드타운의 한 카페.
브래즐턴 관광청이 운영하는 트롤리 버스 주차장 표시. 올드타운에서 출발, 샤토 엘란 와이너리 등 브래즐턴 명소들을 운행한다
글·사진=이종호 애틀랜타중앙일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