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트럼프의 104% 폭탄에 86% 높여 맞대응
EU도 15일부터 미에 25% 보복관세 시행 발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가 9일 발효되면서 세계 무역 질서는 중대한 도전을 맞게 됐다. 중국을 필두로 미국에 무역흑자를 내는 60여개국에 대해 10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의 관세 폭탄이 떨어지면서 각국 경제에 타격이 우려된다.
▶미·중 전면전 치닫나=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909년 이후 10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증시의 급락세에도 이번 관세 조치로 미국 경제가 크게 부흥할 것이라며 관세 드라이브를 밀어 불이고 있고 총 104%의 관세를 얻어맞게 된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도 끝까지 싸운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관세전쟁이 양대 수퍼파워인 미중 간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리창 중국 총리는 중국이 트럼프 관세로 인한 부정적인 외부 충격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는 충분한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캄보디아(49%), 베트남(46%) 등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이후 미국으로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을 포함해 각국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98%로 급등하는 등 국채 시장 매도세가 확산했고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9일 크게 하락했다. 최근 5거래일 중 4번의 하락이다.
▶중·EU 보복관세로 맞대응= 미국의 교역상대국들이 보복 관세로 대응할 경우 무역전쟁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0일 (현지시간) 낮 12시 1분부터 미국산 수입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34%에서 84%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이 15일(현지시간)부터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9일 철강관세 보복조치에 대한 회원국 표결이 가결됐다며 “15일부터 관세가 징수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에 사전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대두 등 미국 공화당 텃밭의 주력 수출품을 겨냥하고 있으며 최고 25% 관세율이 부과될 예정이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되자 곧바로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도 강력한 대응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를 시행하면서 개별 국가와 협상도 병행할 예정이다. 미국은 협상 의사를 밝힌 70개 가까운 국가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우선하여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과의 협상을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 거래”라고 표현하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고, 때로는 (협상 방식을) 약간씩 섞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월가 반발= 미국 내부 반발도 만만찮다. 월가 금융사들과 경제학자, 공화당 일부에서도 관세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 침체는 아니더라도 소비자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등의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8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상대로 한 의회 청문회에서 “(관세정책이) 틀렸다는 것이 입증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미국인들은 퇴직연금 상당 부분을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어 증시가 급락하면 은퇴자금이 줄게 된다. 따라서 의원 다수는 주가 하락이 정치적 역풍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지금 투자자들이 관세에만 너무 좁게 집착하고 있으며 통화와 정치, 지정학적 질서에서 발생하는 ‘일생일대의 붕괴’ 상황에는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근본적인 상황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앞으로 일어날 큰 혼란에 눈이 멀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