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주요 대학들 예의 주시…”전례없는 억압”
GSU 교수 “시위 이력 없는 대학원생도 비자 취소”
외국 유학생들의 비자가 특별한 이유없이 취소되는 사례가 동남부 지역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동남부 한인 학생들 중에서도 ‘갑자기 SEVIS(유학생 등록시스템)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은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찬모 이민 전문 변호사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SEVIS가 취소됐다는 한국 유학생들의 문의를 오늘만 10건 넘게 받았다”며 어제부터 조지아, 앨라배마 등 동남부 지역에 있는 유학생들이 갑자기 취소된 비자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학생 중 음주운전, 과속 티켓 이력이 있는 학생도 있지만, 소셜미디어에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시위에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는 학생도 있어 “랜덤인 것 같다.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고 안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에 명확한 대비책이 없다. 범죄 이력이 없어도 한 치 앞도 모른다”면서 학업 중 또는 OPT 중 비자가 취소되면 언제까지 미국을 떠나야 하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레고리 트레버 조지아대학(UGA)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소수의 유학생들이 영향을 받았으며, 학교는 상황을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아텍, 에모리대 등 지난해 시위가 벌어진 대학 3곳은 관련 유학생들의 비자가 취소된 사례가 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조지아텍과 조지아주립대(GSU)는 유학생과 비자 관련 정보를 주시하고 있으며,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조지아주의 유학생 수는 사상 최다인 2만8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애틀랜타 저널(AJC)은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하마스 지지자’로 규정한 유학생들을 구금함에 따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온 유학생들은 본인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익명의 인터뷰도 거부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레네 알누바니 조지아텍 무슬림학생회 회장은 현재 학생들이 겁에 질려 있다며 “공개적으로 주장하면 표적이 된다. 전례 없는 수준의 억압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신문은 GSU의 한 교수의 제보를 인용해 지난 8일 대학원생의 비자가 취소되었다고 보도했다. 교수에 따르면 학생은 시위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내년에 학위를 받을 예정인 “훌륭한 학생”이었지만, 이제 학생이 구금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학생 비자 취소 사태가 트럼프 1기 때와도 매우 다르다는 점을 주목한다. 당시에는 정치적인 시위에 참여한다고 해서 정부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 공부하는 110만명의 유학생 중 구금된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유학생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UGA의 한 교수는 대학원생 제자를 캠퍼스 사무실에서 만나려 했지만, 언제 단속이 뜰지 모른다는 생각에 캠퍼스 밖에서 만났다고 매체에 전했다. 박사후 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온 외국인 연구원들은 “유럽으로 가거나 캐나다에서 일자리를 찾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이다.
한국 유학생들의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만약 SEVIS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미국 내 신분 변경 신청을 하거나 F-1(학생비자) 재신청을 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의 선택지도 있다. 그러나 안 변호사는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 비용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유학생들은 일단 학교의 ‘유학생 오피스(ISO)’ 담당자에게 만일의 상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이 시기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