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때도 수십억불 피해… “또 대규모 보조금 필요할 수도”
미중 관세전쟁이 최악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대중 수출에 크게 의존해 온 미국의 농업 분야가 무역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수십억불의 손실을 입었던 미국 농가들이 또다시 무역전쟁에 휘말린다면 농민들의 ‘줄파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뉴욕타임스(NYT)는 무역 전쟁 격화로 중국에 대한 수출길이 막힐 경우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 이들은 주로 ‘공화당 텃밭’ 지역에 거주하는 농민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농가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인 2018∼2019년에도 이미 한 차례 무역전쟁의 악몽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해 보복에 나섰다.
최대 대두 수출국인 중국에 수출길이 막히자 미국의 대두 농가들은 직격타를 입었다.
NYT에 따르면 이 시기 미국 농가들이 입은 손실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며,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농가를 구제하기 위해 230억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해야 했다.
당시의 악몽을 기억하는 미국의 대두 농가들은 이번에도 걷잡을 수 없는 보복 관세 갈등이 중국에 수출길이 막히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칼레브 래그랜드 미국대두협회 회장은 NYT에 “만약 이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상당수의 농민들이 파산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난 무역 전쟁으로부터의 상처를 아직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대두협회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러한 장기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 새로운 무역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2%를 중국에 수출해 온 옥수수 농가 역시 무역 전쟁으로 안정적인 고객층인 중국 시장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가들이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에 주로 분포한 만큼 이 지역에 지역구를 둔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리노이주에 지역구를 둔 공화당의 다린 라후드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 9일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농부들과 대화하면서 많은 걱정과 스트레스, 불확실성을 느낀다”면서 “우리가 무역 전쟁에 들어갈 때 보통 가장 첫 번째로 쓰이는 장기 말은 농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YT는 중국이 또다시 미국 농업을 대상으로 보복에 나설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처럼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전날 보조금과 같은 ‘농가 구제 패키지’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은 논의 대상에 있다”고 밝혔다.
래그랜드 미대두협회 회장은 대부분의 농민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에 거부감이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만약 우리가 계속 협상의 도구이자 ‘더 큰 그림’을 위한 희생양으로 사용된다면 우리는 우리가 계속 돈을 벌 수 있도록 돕는 경제 패키지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