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혜택 받지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재정적 살인”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 정부에서 임시체류 허가를 부여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면서 살아있는 이민자 6300명 이상의 사회보장번호를 사망자 데이터베이스(DB)에 입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미국에서 실업수당, 건강보험 등을 받거나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게 한 초강경 조치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기록에 따르면 사회보장국은 이번 주 6300명 이상의 이민자 성명과 사회보장번호를 복지 혜택 종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관리하는 ‘사망자 추적 데이터베이스(DB)’에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WP는 “이번 조치로 이들이 미국에서 혜택을 받거나 합법적으로 일할 기회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 은행 계좌, 신용카드와 같은 핵심적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정부 서비스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경제활동을 제약함으로써 ‘자진 출국’을 선택하게 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 조치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WP는 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DB에 등록된 6300명 중 1000명이 저소득층을 위한 연방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를, 41명이 실업 수당을, 22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WP에 “사망자 DB에 이민자들을 등록하면 이제 많은 연방 기관·기업·은행에서는 그가 사망했다고 간주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민자들은 합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미국을 떠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WP는 “살아 있는 사람을 사망자 DB에 넣는 조치는 충격적이고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했다. 전·현직 사회보장국 관계자들은 WP에 “행정 기관이 사망하지 않았다고 인지하는 사람의 이름을 사망자 DB에 추가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6300명 중 실제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자 중에는 합법적인 경로로 미국에 왔지만, 나중에 합법적인 이민자 지위를 잃게 된 사례가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사회보장국장을 지낸 마틴 오마리는 뉴욕타임스에 “이런 전략은 ‘비인도적’이고 재정적 살인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표 이민자 강경 단속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고 10일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노동 경제학자 피아 오레니우스는 트럼프의 이민자 체포·추방 조치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포인트 깎아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서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