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골프의 ‘영건’ 김주형이 이글로 상승세의 발판을 만들며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중위권에서 시작했다.
김주형은 10일 조지아주 어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와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쳐 공동 38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주형은 10번 홀까지 보기만 3개를 기록하다가 13번 홀(파5)에서 211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5.5m 정도에 떨어뜨린 뒤 이글을 낚아 분위기를 바꿨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작은 개울에 떨어질 뻔했으나 가장자리에 걸리는 행운 덕에 침착하게 이글 퍼트를 넣은 김주형은 주먹을 불끈 쥐며 미소 지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주형은 “초중반까지 스코어는 좋지 않았지만,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여기는 정확하지 않으면 보기가 쉽게 나오는 곳이라 차분하게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에 신경 썼고, 많이 배웠다”면서 “그러다 보니 이글이라는 좋은 선물도 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5년 4월 9일 김주형이 파 3 대회의 1번 홀에서 티샷을 치고 있다. 로이터
13번 홀 이글 상황에 대해선 “두 번째 샷을 4번 아이언으로 넉넉하게 치려고 했는데 핀 하이쯤에 떨어졌고, 퍼트도 잘했다”면서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 이글이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2023년 공동 16위, 지난해 공동 30위에 올랐던 김주형은 마스터스 3번째 출전 만에 오거스타 내셔널의 참모습을 느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그린이 정말 빠르고 단단해서 공이 진짜 잘 미끄러진다. 지난 2년 동안 비가 많이 내려 그린이 무른 상황에 익숙하다가 뒤바람이 불 때 이렇게 튀는 걸 처음 본다”면서 “이 정도로 단단한 그린은 처음이라 ‘이게 마스터스구나’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공이 그린에 정확히 떨어져야 한다는 걸 실감한다”고 강조한 김주형은 “내일도 지금의 샷 감각을 유지만 한다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것 같다”며 2라운드를 기약했다.
함께 출전한 안병훈은 이날 버디 4개를 잡아냈으나 보기 4개와 더블 보기 하나도 곁들여 2오버파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순위는 공동 51위다.
안병훈은 “나쁘지 않게 친 것 같고 실수도 많지 않았으나 공이 어려운 자리에 많이 갔던 것 같다.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 같은데 4오버파가 아닌 2오버파로 끝나서 다행인 것 같다”면서 “잘 막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코스가 조금만 실수해도 워낙 어려운 자리로 가기 때문에 너무 공격적으로 해도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안전하게 치면 기회가 안 올 것 같아서 ‘반반’으로 잘 쳐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