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9일 즈음에 7000불이 당신에게 지불될 것이다.” 이런 구절이 쓰여 있는 편지를 소셜 시큐리티 사무국(SSA)에서 받았다. 2024년에 변경된 조건에 의해서 내게 지불되지 않은 7000불를 보내 준다고 했다. 마침 보청기를 준비하려던 참인데 보청기 값이 기대하지 않은 엉뚱한 곳에서 생긴 기분이었다.
늙어가면서 사람들 모임에서 어떤 분의 말은 이해하기 어려워 보청기를 착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난청 환자는 치매 발병률이 3배, 고도 난청 환자는 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난청으로 인해 뇌가 소리 자극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귀가 잘 안 들리면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워 멀리하게 되고 외로워진다고 한다. 외로우면 인지기능도 약해지고 치매도 일찍 온다고 한다.
보청기 상점에 가서 귀검사를했다. 양쪽 귀의 청력이 작은 소리를 못 알아듣는 도표가 나왔다. 사람들의 말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내용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것이 도표로도 표시되었다. 내 건강 보험 카드를 점검해본 보청기 회사 직원이 보험에서 보청기에는 한 푼도 도움이 없다고 한다. 왜 오하이오에서 만든 보험카드를 10년이 넘도록 조지아에 살면서 바꾸지 않았냐고 한다. 조지아에 와서 전의 보험을 그대로 유지해도 병원에 가고, 약방에 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어서 바꾸지 않았다고 하니 같은 보험 회사라도 주소를 바꾸면 받는 혜택이 달라진다고 한다.
보청기 가게 바로 옆에 있는 보험회사를 찾아가서 직원과 이야기하니 사는 곳이 달라지면 주소변경을 새롭게 해야 한다며 새로 등록하는 절차를 밞았다. 아내도 전화로 불러내서 우리 보험을 새로 등록했다. 같은 보험회사라도 전의 카드로는 보청기에 아무 도움이 없지만, 새로 등록된 보험엔 1000불 도움을 받는다. 4월 1일부터 새 보험이 유효하며 새 보험 카드가 오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SSA에서 돈이 온다는 편지를 받은 후 매일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가져올 때 7000불짜리 수표를 찾아보았다. 3월 19일 즈음에 보내준다는 돈이 3월 말이 가까워도 오지 않아서 이상했다. 혹시 우편물이 오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은 아닐까?
금요일 아침 친구들과 공원 걸을 때 내가 7000불이 아직도 오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19일 즈음에 보낸다고 편지에 썼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아직도 안 온다고 했다. “은퇴 연금이나 정부에서 매달 오는 돈이 수표로 와요?” 옆에 한 분이 물었다. “아니, 은행으로 바로 와요.” “은행 수입 지출 항목을 점검해 봤어요?” “아니요!” “이미 왔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네요! 이미 왔을 지도 모르겠네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틀림없이 돈은 은행으로 이미 왔을 거야! 그런 확신이 들었다. 걷고 나서 맥도날드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할 때 내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돈이 들어와서 내가 가지고 있는데도 오기를 기다리는 어리석음, 이 한심한 버릇이 이번 사건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닐 것 같았다. 이미 받았는데도 받으려고 기다리는 버릇. 마침 은행이 맥도날드 가까이 있어 내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은행에 가서 학인 하고 온다고.
은행에 가니 마침 창구의 직원이 하나 고객을 대하지 않고 있어 거기로 가서 최근에 SSA에서 7000불이 내 계좌로 들어왔는지를 알아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직원은 내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내 계좌를 컴퓨터에서 찾아 수입 금액을 찾고 있다. 여직원의 눈길이 위 아래로 헤매고 있을 때 ‘혹시 안 들어왔을지도 몰라’ 하는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아 예, 3월 19일, SSA에서 7000불이 들어왔네요” 그러면서 스크린을 돌려 내가 볼 수 있도록 했다.
내가 맥도날드에 들어서니 아침 등산대원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 “예, 3월 19일 날짜로 7000불이 내 은행계좌로 들어와 있어요!” 모두들 안심하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확실해?” 아내가 내게 물었다. “확실해!”
“그 나이에도 아무 약도 안 드신다고요? 건강하셔서 보험카드를 별로 안 쓰셔서 그래서 이사 와서 10년이 넘어도 보험을 재등록하시지 않았군요!”그렇게 말하던 보험회사 직원의 말이 생각났다. 돈은 이미 내 은행에 들어와 있는데도 모르고, 우편으로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이번 사건은 내 버릇의 한 예에 불과한 것 같았다. 내가 이미 받은 수많은 축복과 은혜를 확인하고도 감사할 줄 모르고, 가난으로 찌그러진 과거의 버릇대로 아직도 부족한 것들만 찾아서 찡그리고 기다리는 나를 돌아보았다. ‘일상의 작은 불만과 걱정거리에만 휘둘리지 말고, 지금부터는 살아있는 매 순간의 기적과 은혜를 찾아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하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