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현관 로비에 걸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옮기고 같은 자리에 작년 자신이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장면을 담은 그림을 걸었다.
미 대통령 초상화가 백악관에 걸리는 것은 대부분 퇴임 후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백악관은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백악관에 새로운 예술 작품이 전시된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 초상화가 걸려있던 메인 계단 옆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의 그림이 걸린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새 그림은 작년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후 극적으로 살아남은 모습을 그렸다. 그는 총격 직후 오른쪽 귀에 피를 흘리면서 주먹을 불끈 쥔 채 치켜세우고 “싸우자”고 외쳤고, 이러한 모습은 작년 대선에서 강인함의 상징이 됐다.
그림은 당시 AP통신 기자가 촬영한 사진과 매우 닮았다.
백악관 관계자는 그림을 그린 화가에 관한 정보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2024년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이 사진은 2021년 퓰리처상을 받은 에번 부치 AP통신 기자가 촬영했다.
백악관의 공보국장 스티븐 청은 X에 “오바마의 초상화가 단지 몇피트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을 뿐”이라며 “조용히 해, 바보야”라고 적었다.
전통적으로 미 대통령들은 백악관 내 주요 입구 홀에 직전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걸고, 이전 대통령들의 초상화는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식을 취해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 초상화는 2022년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공개됐다.
이번 초상화 교체는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간의 ‘악연’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과 관련한 음모론을 퍼뜨리며 정치 경력을 시작했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반복해서 그를 조롱하며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곳곳에 자신의 모습을 담은 조형물을 두고 있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 앞에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에 출석해 찍은 머그샷을 금색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는 암살 시도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담은 대형 청동 조각상을 설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