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영주권자도 취득…전체 신청 건수도 증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불법체류자 단속 등 이민 정책이 강경해지면서 영주권자들조차 불안감 탓에 시민권 신청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후 이민자 사회에서 촉발됐던 ‘시민권 러시’ 현상이 재현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입국 심사 강화로 구금되거나 추방 재판에 회부되는 영주권자들이 속출하면서 시민권을 따야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한인 사회도 마찬가지다. 시민권 신청을 도와주는 한인 단체들에는 최근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연합회(KAC)의 한 관계자는 “올해 1월 이후 시민권 문의가 예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며 “20년 넘게 영주권자로 지내온 한인들의 문의가 부쩍 증가한 것이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전에는 영주권자가 추방 불안감 때문에 문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민족학교 주디 최 매니저는 “영주권자로 아무 불편 없이 지내던 한인들이 공항 입국 과정에서 불편을 겪고 시민권 신청을 결심하는 사례가 많다”며 “한국에서의 경미한 범죄 기록이 있는 일부 영주권자들조차 출입국을 자제하고 트럼프 정부가 끝날 때까지 시민권 취득을 기다리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을 더했다.
오렌지카운티가 활동 지역인 코리안커뮤니티서비스센터(KCS)에도 시민권 취득 상담 문의가 늘고 있다.
엘렌 안 KCS 총괄 디렉터는 “전화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서 영주권자들의 시민권 취득 문의는 물론 실제 취득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CS에 따르면 현재 시민권 관련 상담은 월평균 70건에 달한다. KCS는 지난달 22일 오렌지카운티 사무실에서 시민권 신청 무료 대행 행사를 열어 당일 26명의 신청을 도왔다고 밝혔다. 안 디렉터는 “예전부터 자격이 되는데도 미뤄왔던 한인들도 본격적으로 시민권 취득 결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시민권을 취득한 박 모씨는 “영주권자 구금과 추방 소식이 연일 들려서 결국 시민권 신청을 해서 미국 시민이 됐다”며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고 웃음을 지었다.
송정훈 이민법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정책으로 합법적인 영주권자들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추방 불안 없이 생활하고 투표권과 가족초청 혜택까지 확보하려면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또 “음주운전이 두 차례 이상 있을 경우 시민권 신청 전 이민법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시민권 신청 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에 따르면 2025년 1월 한 달 동안 시민권 신청(N-400)은 8만7174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7만8895건)과 비교해 약 10%가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강화된 반이민 기조에 대한 불안이 시민권 신청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LA지사 강한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