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산 신임 대표 “내달 자선음악회 통해 렌트보조사업 재개할 수 있기를”
1971년 남편과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조지아주립대(GSU)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은행 사무직 면접을 봤다. 채용 통보를 받고 출근한 첫날, 취업비자가 없어 쫓겨났다. 비자 정보가 드물던 시절 그린카드가 뭔지도 몰랐다.
일복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넘쳤다. 한인 변호사가 귀하던 때, 자녀를 집에 홀로 두거나 체벌로 법정에 서게된 한인들의 통역을 도맡게 됐다. “남편이 목사다보니 억울한 교인들의 법정 통역을 수없이 했어요. 구식 양육법을 고수하는 부모도 문제지만, 너네(법집행기관)가 한인을 대상으로 법 교육 한번이라도 했냐고 따졌더니 이겼죠.”
그렇게 지수예(84)씨가 이민사회의 사회복지 사업에 발을 담근 지 벌써 30년이다. 남편인 지형석 목사가 1997년 유색인종 등 취약계층의 주거 및 식료품 지원, 교육, 심리상담을 위한 아세아인 복지재단을 릴번에 세운 게 현 아시안아메리칸리소스센터(AARC)의 전신이다. 출범 당시 총무를 맡았고 지 목사 별세 후에는 대표가 됐다. 그는 “교회가 교인 200명을 넘기며 한창 성장 중인데 왜 고생을 하냐고 남편을 말렸지만 이젠 내 생애 가장 보람된 일이 됐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지수예 AARC 전 대표와 신임대표를 맡은 최성산·최혜은 하베스트교회 목사 내외.
AARC는 올해 출범 후 첫 대표 교체를 맞았다. 최성산·최혜은 하베스트교회 목사 부부가 고 지 목사와 지수예 전 대표의 뜻을 잇는다.
AARC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복지재정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20명에 달했던 직원수는 5명으로 줄었다. 연 40만~50만달러를 들였던 렌트 하우징 보조 사업부터 먼저 타격을 입었다. 지 전 대표는 “정부기금 배분은 기관이 25만불의 예산을 마련하면 이에 준하는 25만불을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매칭펀드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단체에 돈이 없다보니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AARC는 종잣돈 마련을 위해 다음달 10일 자선음악회를 열고 렌트비 지원 사업을 내년 재개할 예정이다. 임대료 미납으로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가구를 중심으로 최대 3개월간 주거비를 지원한다. 최 대표는 “마약중독자 한사람을 치료하는 데 30만불이 든다고 한다. 1인당 마약 예방 비용은 그것의 10분의 1 수준인 3만불이다. 홈리스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홈리스가 되고 나면 되돌리기가 너무 어렵다. 그전에 지역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감축 명령 탓에 비영리단체들은 재정적으로 더 쪼들리고 있다.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 예산이 묶이면서 귀넷 카운티도 복지예산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최 대표는 “워싱턴 지역 오피스와 연계해 최대한 자금을 융통해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과 푸드뱅크, 성인 ESL수업, 시민권 교육 등도 연내 확대할 계획이다.
지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여성 상담을 이어간다. 싱글맘, 가정폭력 피해자 등 여전히 생활고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문제는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면서도 “어떻게든 용기를 주고 다시 일어서게끔 하려는 것 뿐. 힘 닿는 데까지는 갈곳 없는 이들의 비빌 언덕이 되려고 한다”고 전했다.
취재, 사진 /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