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혈’이라는 미국 소설과 영화가 1960년대 유명했다. 캔자스 주, 한 작은 마을에 강도가 한 농부의 가족을 잔인하게 죽인 사건을 트루만-카퐅(Truman Capote)이라는 작가가 범인을 찾아가서 면담하고, 범인이 어떻게 그런 잔인한 도둑이 되었는가 연구하여 소설로 썼다. 소설은 베스트 셀러가 되고 영화로 만들어져 전세계 극장에서 상연되었다.
한 농가에 침입한 도둑은 묶어놓은 주인 남자 주머니를 뒤질 때, 돈이라고는 마루바닥에 떨어지는 땡그랑 동전, 그 소리에 잔인하게 집주인 가족을 다 죽였다. 작가는 그가 자란 배경을 조사 연구했다. 출생부터 엄마의 보살핌과 사랑의 결핍속에 자랐다는 것이 그를 냉혈 강도로 만든 주 원인이라고 밝혔다. 창녀들 속에서 자라며 사랑을 못 받고 생존한 것이 주 원인이라 했다.
한국에서는 조세형씨가 대도로 유명했다. 재벌이나 정치가의 재산을 도둑질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대도라는 별명도 있고, 감옥에서 믿음을 얻어 거듭난 새사람이 되었다. 악명 높은 큰 도둑이 믿고 거듭나서 새사람 되어 방범 교수가 되고 선교 목사가 되는 기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런데 그는 늙어 가면서 다시 좀도둑이 되어 철창에 갇혔다.
유능한 도둑이었다가 거듭나서 인류 평화를 위해 노력한 위인도 있다. 바로 임종덕이라는 분이다. 6·25 전쟁에서 부모를 잃고 도둑이 된 임종덕이 서울역 근처를 서성거렸다. 마침 예사롭지 않은 미군 지프차 한 대가 정차하는 것이 보였다. 틈을 노리던 임종덕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프차 뒤 칸에 있는 가방을 도둑질했다.
그 지프차는 미 공군 사령관 스티브 토마스 화이트 중장의 차였고, 도둑맞은 가방 속에는 카메라와 공군 특급작전 계획 비밀 문서가 있었다. 도둑맞은 사실이 경찰에 보고되고, 경찰은 서울역 주변의 좀도둑 왕초인 임종덕을 잡아 족쳤다. 임종덕은 자기가 가방을 훔쳐 카메라는 팔아먹고 문서들은 쓰레기 통에 버렸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쓰레기 통에서 특급작전 계획비밀 문서를 찾았다.
전쟁 고아들로 이루어진 집단의 왕초였던 도둑 임종덕은 그 사건을 통해 운명이 바뀌었다. 전투기 조종사인 외아들이 전투 비행중 전사해서 아들을 잃은 화이트 장군은 임종덕을 하우스보이로 삼고 학교에 보냈고, 양아들로 삼아 미국에 데려가서 교육을 시켰다. 그는 그린베레로 월남전에 참전했고, 미국 대통령들의 안보비서관이 되어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일꾼이 되었다. 냉전 후 중국과 미국의 화해를 위한 핑퐁 외교를 성사시킨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임종덕은 난리통에 부모를 잃고 살아 남기 위해 도둑이 되었지만 중학교 갈 때 까지는 정상가정에서 엄마의 보호와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기회가 왔을 때 거듭나서 새사람이 되었고 사회에 도움을 주는 영웅이 되었다. 조세형씨는 그가 고백한 생후 18개월 동안 엄마와 떨어진 사연, 전쟁 때 일찍 아버지의 사망으로 흩어진 형제들과 외가에 엄마와 같이 가서 살다가 엄마는 재혼하고 그는 밤에 오줌을 싸는 오줌싸개로, 도둑질로 연명했다고 한다.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구조대원들이 한 아파트의 잔해를 철거하는 중에 여자가 두 팔로 아기를 안고 있는 시신을 발견했다. 아기는 엄마의 가슴에서 기적적으로 외상도 없이 살아있었던 기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찾아보면 세계 각처에 그런 엄마의 희생적 사랑의 기적은 수없이 많다. 특별히 출생 후 처음 몇 년 사이의 엄마의 사랑이 아기를 살릴 뿐 아니라 아기의 기본 성격의 틀을 만든다고 한다. 엄마의 사랑이 아기를 만들고, 아기는 다음 세상을 만든다.
지난 일요일, 교회에서 내가 앉은 자리에서 찬양대 자매들의 얼굴이 바로 보였다. 하얀 얼굴들이 정원에 가득한 데이지 꽃송이들보다 아름답게 보였다. 자녀들을 낳아서 사랑으로 기른 어머니들과 그 후보들, 자신의 자녀들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만드신 분들, 사회엔 냉혈의 강도나 도둑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공헌하신 장한 분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고맙고 아름답게 보였다. 그분들이 찬양을 할 때, 하얀 데이지 꽃들이 향기로운 바람에 일렁이듯이 흔들리는 아름다운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의 사랑이 건전한 시민을 키우고, 건전한 시민들이 좋은 사회를 만든다.
그들 옆에 선 남자 찬양대원들, 중장년의 그분들도 그들의 아내가 자녀들을 임신하고 사랑으로 양육하도록 가정을 지키며 돌본 훌륭한 분들이다. 미국에 이민 와서 자식들은 더 잘 살도록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딘 분들, 그분들이 우리의 대표 같아 감사하다. 그런 맥락으로 보니 마주치는 한 사람 한사람이 모두 신성해 보이고 거룩해 보였다. 자연재해, 전쟁과 사고 등 아기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방해하는 일이 생기지만, 사회는 희생자들도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