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잠자고 있던 중고품에는 관세가 안붙으니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 전쟁으로 소비자 물가가 들썩이는 와중에 중고품 시장은 조용히 웃음 짓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관세를 얻어맞은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사실상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점점 씀씀이를 줄이는 데 따라 기존 유통 업체는 수요가 얼어붙는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오히려 중고품 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게 FT 진단이다.
미국 땅에 새로 들어오는 수입품에는 관세가 이중, 삼중으로 붙는 사이 기존에 있던 중고품을 내다파는 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같은 훈풍을 타고 미국 양대 중고품 유통 업체인 스레드업, 세이버스 밸류 빌리지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시작된 이달 2일 이후 주가가 각각 31%, 22% 치솟았다.
같은 기간 S&P 유통업 지수는 7% 추락했다.
스레드업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앨런 로템은 “재판매는 미 정부의 글로벌 관세 부과로 혜택을 보는 몇안되는 산업 중 하나”라면서 “우리가 파는 건 미국인들의 옷장에서 나온 것이라서 관세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발 무역 전쟁에 중국이 맞불 관세로 정면 대응하면서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의류와 장난감 수입 시장에는 먹구름이 덮쳤지만 그만큼 중고 거래에서는 “이중 호재”라고 BMO 캐피털 마켓 관계자는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젊은층 사이에서 이미 재판매 시장이 인기가 높다면서, 불황이 닥치면 할인을 찾아헤매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고품 시장이 관세충격에서 그다지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이 일단 구매를 줄이려할 것이며, 중고품도 사지 않은 채 원래 쓰던 것을 아껴쓰려 할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