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불편함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마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일상 속 경험들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생각,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코스트코에서 본 장면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듯하다. 힘겹게 카트를 끌고 오는 나이 든 남편에게, 부인이 날카로운 말투로 “왜 그렇게 굼벵이처럼 천천히 와? 자면서 걷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 말속에는 배려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필자는 그 순간 안타까움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다. 늘 저런 식으로 대화한다면, 부인에게 얻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남편은 어떤 마음이 들까? 아마 분노, 슬픔, 자괴감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이다. 이 짧은 장면은 우리가 가까운 사람에게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무례하거나 배려 없는 행동 역시, 우리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마트에서 선물용 과일을 고르면서 다른 박스를 뜯어 더 좋은 것만 챙기는 자기중심적인 태도, 소다용 아이스 머신의 얼음을 플라스틱 봉지에 가득 담아가는 이기적인 행동,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지 않고 혼자만 휙 빠져나가는 모습, 줄을 서면서 새치기를 당연히 여기는 뻔뻔함 등은 불쾌함과 실망감을 안겨준다. 실내 금연 구역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워 연기가 실내로 들어오게 하는 행동, 식당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고도 인색한 팁을 주는 모습, 아이들이 식당에서 시끄럽게 뛰어다녀도 제지하지 않는 부모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약속에 늦고도 당연하다는 듯 사과조차 없는 사람, 공연 중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큰 소리로 통화하는 태도, 애완견의 목줄을 잡지 않아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는 행위,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반말을 하거나 사소한 문제로 폭언을 일삼는 사람, 영유아의 울음소리에 짜증을 내거나 혐오의 시선을 보내는 것, 공공장소에서 침을 뱉는 것, 신호가 바뀌자마자 앞차에 경적을 크게 울리는 운전자, 주차장에서 선을 넘어 주차해 다른 차량의 진출입을 방해하는 행위, 셀프서비스 키오스크에서 팁 선택을 강요받는 듯한 심리적 부담, 쇼핑 카트를 아무 데나 방치하는 것,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무심하거나 냉정하게 대하는 태도, 남의 사생활이나 고민을 가볍게 여기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을 하는 태도,
상대방의 장점은 외면하고 단점만 부각하려는 이기적인 행동 등, 우리는 이러한 사소하지만, 예의 없고 무례한, 그리고 배려 없는 행위들을 마주하며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마음을 쓰이게 만드는 것들이 어찌 이것들 뿐일까? 운전을 하다 보면 도로 위에서 로드킬 당 동물들의 모습은 슬픔을 안겨준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도로가 힘없는 야생동물의 생명을 앗아가는 현실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특히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면서 부상자를 목격했을 때, 안타까움과 함께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무력감을 느낀다. 이러한 순간들은 우리의 편리함이 다른 생명의 희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산책길에서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노인의 모습, 어린아이와 함께 웅크리고 앉아 도움을 요청하는 어머니의 간절한 눈길, 그리고 병원에서 무심히 밖을 바라보고 있는 환자의 창백한 얼굴도 마음이 쓰인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들은 단순히 예의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 의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예절은 형식적인 규칙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작은 실천, 예를 들어 문을 잡아주는 일, 줄 설 때, 순서를 지키는 일,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을 지키는 일 등은 개인의 품격을 드러낼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와 조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반대로, 무례함과 이기심은 타인에게 실망감, 분노, 무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남기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킨다.
이러한 불편함은 우리가 가진 가치관과 사회적 규범, 그리고 타인에 대한 기대가 어긋날 때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일상 속의 작은 배려와 예의는 우리 모두가 더 쾌적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더 의미 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힘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