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틀랜타 등 미국 한인사회에 안타까운 ‘극단적 선택’ 또는 자살 소식이 종종 보도되고 있다.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로움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한인들은 많다. 한국과 달리, 친구나 가족을 쉽게 만나서 정을 나누기 어려운 이민사회의 경우,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정신적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알콜, 도박, 심지어 약물 등에 손을 대는 한인들의 소식도 종종 들린다.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가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청소년의 42%가 슬픔과 절망감을 호소하고, 자살은 10-14세 연령대의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과학공학의학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NASEM)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예방에 대한 투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정신건강 관련 예산의 단 3%만이 예방에 할당되는 현실이 문제의 핵심이다.
미국의 정신건강 위기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팬데믹 수준에 이르렀다. 알코올 관련 사망이 지난 수년간 29% 증가했고, 정신·정서·행동 건강(MEB) 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2,82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저소득층과 소수민족, 원주민 공동체가 이러한 위기에 더 취약한 상황이다.
NASEM 연구진은 “효과가 검증된 예방 전략들이 존재하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방에 투자된 1달러당 1달러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진은 보건복지부(HHS)에 140억 달러의 추가 예산 배정을 권고하며, 특히 출생부터 18세까지의 조기 개입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의 주목할 만한 제안 중 하나는 연방정부 국세청(IRS) 세금보고에서 아동세액공제(Child Tax Credit) 확대다. 경제적 안정이 정신건강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한 백악관 내 정신건강 예방을 위한 중앙 연락 창구 설치와 약물남용정신건강관리국(SAMHSA)의 역할 확대도 권고했다.
미국의 정신건강 위기는 한인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인사회 역시 자살률과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예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다.
마거릿 쿠클린스키 하버드대 교수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 장애로 고통받는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이제는 치료를 넘어 예방에 투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