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류·주방도구까지 준비
6000불 상당 용품 도난도
한인교회에 노숙자가 무단으로 침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이 남성은 교육관 내 어린이 방에서 노숙까지 하고 교회 관계자에게 물리적 위협까지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테시아 지역에 있는 한인독립장로교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9시 50분쯤 한 히스패닉계 노숙자가 교육관 내 어린이방에서 발견돼 경찰이 출동했다.
노숙자를 발견한 건 이 교회 이민우 전도사(51). 이 전도사는 이날 주일 예배를 앞두고 시설 관리 등을 위해 교육관으로 향했다.
이 전도사에 따르면 이날 교육관 정문이 열쇠로도 열리지 않아 이상함을 느끼고 뒷문으로 갔는데, 문 안쪽이 플라스틱 줄 같은 것으로 단단히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교육관 내에는 4~8세까지의 아이들이 사용하는 어린이 방이 있기 때문에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 전도사는 “아내에게 뒤에서 영상 촬영을 하며 따라오라고 한 뒤, 뒷문을 억지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며 “그런데 어린이방에서 히스패닉계로 보이는 남성 노숙자가 자는 것을 발견해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말했다.
노숙자는 이 전도사를 보자마자 쇠로 된 카메라 삼각대를 휘두르는 등 위협을 가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이 전도사의 아내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약 5분만에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노숙자를 체포했다.
이 전도사는 “노숙자가 체포되면서 ‘자신 외에 여성 1명, 남성 1명도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며 “일단 당시에는 교회에서 체포된 노숙자 외에는 다른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린이 방에서는 노숙자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침낭, 주방도구, 음식물, 옷가지 등이 흩어져 있었다.
이 전도사는 “지난 26일 오전에 교육관을 확인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며 “그 이후에 노숙자가 침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전도사는 침입경로에 대해 “교육관과 연결된 창고문이 뜯겨있었고, 창고의 천장도 파손돼 있었다”며 “천장을 통해 어린이 방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이며, 창고 안쪽에는 발자국 흔적도 남아있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교회 내 본당에서 도난 피해가 확인됐다. 교회 측에 따르면 트럼펫 악기, 음향장비, 카메라, 스피커 등 총 6000달러 상당의 물품이 사라졌다.
이 교회는 앞서 이번 사건에 앞서 지난 16일에도 도난 피해를 봤다고 한다. 당시에도 창고 출입문이 열려 있었고 일부 장비가 사라졌지만,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노숙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부모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두 딸이 교육관 내 어린이 방을 이용하고 있는 이 교회 용혜진 집사는 “아이들이 생활하고 활동하는 공간인데 몰래 들어와 생활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아이들이 먼저 들어갔다면 정말 큰일이 발생할 뻔했다”고 말했다. 이 전도사는 “노숙자가 그동안 수차례 교회 시설을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며 “보안 카메라 설치와 경보장치 도입 등 추가 보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LA지사 강한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