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는 과정은 엄청난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시니어’라는 전문가 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시니어로서 행복하고 보람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조언은 이제 막 시니어로 들어선 사람이나, 혹은 시니어로 들어섰지만 아직도 시니어로서의 자긍심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금과옥조 같이 여겨야할 가르침이다. ‘선배’ 시니어들의 얘기를 모아봤다.
현재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선배’ 시니어는 102세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다. 지난 2019년 100세를 맞아 지난 삶을 회고하는 ‘백년을 살아보니’를 출간하면서 화제가 됐고 이후 주요 일간지에 매주 칼럼을 게재하면서 수많은 ‘후배’ 시니어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김형석 명예교수의 여러가지 조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60세 이후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동시에 열매를 맺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인생의 노른자’에 해당하는 시기다. 그는 “60살쯤 되면 철이 들고 내가 나를 믿게 된다. 75살까지는 점점 성장하는 것도 가능하고, 이후로도 노력 여하에 따라 본인의 성취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환갑 이후에도 성장하기 위해선 “계속 일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김 교수는 “친구들과 살면서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였느냐를 이야기한 적 있는데 60~75세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내가 만약 환갑 이후에 늙었다고 그때를 포기하고 놓쳤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바로 60세부터”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20년에도 ‘백세일기’라는 책을 출간해 자신의 세상살이 지혜를 나누기도 했다. 다음은 선배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은퇴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이지 마라
은퇴자들이 크루즈를 타고 세계여행을 다니거나 풍광 좋은 골프코스를 다니며 골프를 치는 등 은퇴 생활을 꿈꿨다면 아쉽게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은퇴 후 물질적 풍요는 현실이 아니다. 특히 100세 시대를 맞아 수명이 늘어난 상황에서 부족하지 않을 만큼 노후자금을 마련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그림같은 동화속 주인공 같이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불만스럽고 짜증날 수 있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장미빛 은퇴생활은 상품을 파는 기업의 마케팅에 불과하다. 이런 상업적인 모델하우스에 속지 말고 의미 있는 은퇴 비전을 만들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통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시니어가 되면서 달라지는 것은 일상의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만났을때 타협하는 지혜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맞서 무의미한 다툼을 하기보다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있나. 주식 시세를 바꿀 수는 없지만 노후 저축, 거주지, 주식 투자에서 리스크를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아울러 유전자나 외모 역시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일 건가에 대한 선택은 시니어 자신의 몫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후회하는 삶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은퇴를 앞두고 많은 사람이 경제적 실패 혹은 건강상 문제를 경험한다. 그래서 은퇴를 했음에도 복잡한 과거와 개인적 원한에 붙들려 불행하게 사는 시니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오래된 상처나 원한을 털어내지 못하고 사는 것은 무의미하고 시니어로서도 격에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보다는 바로 지금 새로운 친구나 목적을 찾아 현재를 멋지게 사는데 몰두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인생이다. 세상은 넓고 좋은 인연은 많다는 것을 믿어보자.
▶바빠서 못했던 것을 찾아봐라
당장 경제적 여유가 없고 체력이 딸리지만 커뮤니티 파크를 산책하고 유서깊은 박물관을 찾고 보지 못했던 책을 무료로 읽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그동안 바쁘다고 읽지 못했던 책들이 도서관에서 쌓여 있다.
아울러 미국 오면서 꿈꿨던 다양한 취미생활도 가능하다.
마이클 김(70)씨는 어려서 가장 부러워했던 천문 망원경으로 별보기를 지난해 시작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과학 발전으로 천문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에 그 계기로 별보기 취미를 시작한 것이다.
악기를 배워보는 것도 있고 책을 써보는 것도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은퇴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은퇴 생활이란 은퇴 전 소소한 행복이라 불렀던 것보다 훨씬 더 작은 것”이라며 “단순한 시간 떼우기가 아닌 목적을 갖고 보람을 찾아 달려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제2의 인생임을 잊지 말고 도전하라
많은 은퇴자가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제한된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렇게 전전긍긍하며 살다보면 앞으로 남은 시간은 불행한 일상이 될 수밖에 없다. 잃은 것을 비관하지말고 손에 쥐고 있는 것과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김형석 교수의 말대로 60세 이후는 제2의 인생이다. 자식들도 장성했고 특별히 걱정할 것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부터는 도전이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실행하는 삶이 되도록 생각의 틀을 바꾸자.
경제적인 이유나 건강상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에 하지 못하는 일이라도 나중보다는 현재 상황이 좋을 수 있다. 김형석 교수는 “지금이 인생의 노른자”라고 강조했다. 선배 시니어의 충고를 다시 한번 귀담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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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의 독서 필요성
은퇴를 맞으면 많은 사람이 독서를 권유하지만 실제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글자가 작아서 보이지않기도 하고 30분만 들여다봐도 가물가물 눈물이 나며 책을 내려놓게 된다.
하지만 한가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까지 한국인들은 가짜 고전을 읽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시니어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21세기로 들어오기 직전에야 한국 출판계가 책다운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일본어판을 대충 번역해 원문과 다른,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내면서 원래 고전은 어렵다는 이유를 댔지만 실상은 엉터리 번역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저작권료를 지불한 책이나 고전의 경우 전문가들이 번역하면서 문학성 및 작품성도 찾아냈다.
결국 시니어의 상당수는 엉터리 책을 봤다는 것인데 이것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고전은 한번 들면 놓지 못할 만큼 재미있다. 한국에서는 그래서 수년간 진짜 고전 다시 읽기 붐이 있었다. 한인타운에서도 고전 읽기 독서클럽이 출현한 것도 이 맥락이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